사분오열 한나라

사분오열 한나라

입력 2011-03-29 00:00
업데이트 2011-03-2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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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조짐으로 여권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당장 유치 경쟁에 열을 올렸던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 움직임이 예고됐다. 당내에선 의견 조율 실패에 따른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4·27 재·보선뿐 아니라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야권에 틈새를 노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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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백지화 방침이 알려진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소속 대구 지역 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영식, 박종근, 이한구, 조원진, 서상기, 유승민, 이해봉 의원.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신공항 백지화 방침이 알려진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소속 대구 지역 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영식, 박종근, 이한구, 조원진, 서상기, 유승민, 이해봉 의원.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밀양 신공항’ 유치를 추진했던 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은 28일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불복’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은 ‘짜맞추기’, ‘대국민 사기극’까지 거론하며 “결코 승복할 수 없는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입지평가위의 30일 결과 발표에 따라 ‘불복 선언 뒤 반(反)정부 투쟁’이라는 행동 방침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당 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나 결정 연기라는 승복할 수 없는 결과를 발표하면 곧바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도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의 백지화 결정은 최대 악수가 될 것”이라면서 “이번 재·보선은 물론 내년 총선·대선에서 여야, 계파 구분 없이 현 정부를 상대로 날 세우기가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지역 의원들도 수위가 낮긴 하지만 불만을 드러냈다.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정훈 의원은 “김해공항 확장은 신공항과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15~20년 걸리는 확장사업을 하는 대신 가덕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의원들은 여권 내 불협화음에 따른 민심 이반을 걱정했다. 한 초선 의원은 “신공항 문제가 백지화로 귀결될 경우 여론은 ‘그것도 하나 조정 못하느냐’며 여권 전체를 싸잡아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 분열에 따른 야권의 틈새 공략을 걱정했다.

실제로 야당의 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빗대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공약을 너무 자주 헌신짝처럼 버리고 있는데, 세종시 문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절차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반된 영남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11-03-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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