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 해돋이
Oil on canvas, 48x 63cm, 마르모탕 미술관, 1872
여명의 시간. 사물은 어둠에 싸여 제 얼굴을 명확히 내보이지 않는다. 흐릿한 풍경들. 어둠이 만든 긴 밤을 지나 만났을 새벽. 아침은 늘 그렇게 온다. 차디찬 어둠을 견디고 긴 여명의 시간을 견뎌야 온다. 해돋이. 태양의 떠오름. 그 시간은 순간이다. 아! 감탄사를 내쏟는 그 순간. 해는 불쑥 솟아올라 저 만큼 지상 위로 상승한다. 그 상승만큼 풍경은 빛으로 밝아진다. 매일 그렇게 동쪽하늘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있고, 그 빛으로 이루어진 하루가 있다.
‘인상 : 해돋이’. 모네가 그린 이 그림은 우리가 인상주의(Impressionism)라고 부르는 미술의 경향을 이름 짓게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 인상: 해돋이에서 인상을 따와서 인상주의, 인상파로 명명되었다. 인상(Impression). 빛의 인상은 순간적이고 즉흥적이다. 이 작품의 제목도 전시회 도록을 만들면서 동료의 요구에 따라 즉흥적으로 붙여졌다. 르아브르(Le Havre,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도시. 센 강 어귀의 북안에 위치한다)의 고향집에서 내려다보이는 항구. 그 항구의 해 뜨는 풍경. 그 순간적인 풍경의 인상을 즉흥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당시의 주류 화단에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작품의 태도였다. 사물들은 고유한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 불변한다는 것과 작품은 깊이 있는 서사적인 구조의 내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당시의 주류화단을 이끌고 있는 생각들이었다. 순간에 나타나는 인상만이 주제인 그림. 내용이 없고 순수 시각에만 초점을 맞춘 그림. 감각에 닿는 빛을 그리고자 하는 그림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생 라자르 역
Oil on canvas 75.5 x 104cm,오르세 미술관, 1877
라 그르누예르
Oil on canvas 73x 92cm, 내셔널 갤러리, 런던 1869
파리에서 1840년 11월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모네는 어린 시절, ‘센’ 강과 대서양과 만나는 바닷가 도시 르아브르(Le Havre)로 이주하여 유∙소년기를 보냈다. 유년기의 바다와 강은 그를 평생 ‘센’ 강가에 머무는 원인이 된 듯이 보인다. 모네는 평생 센 강가의 마을들을 주유하며 그림을 그렸고, 후기에는 지베르니의 ‘수련(垂蓮, Nymphéas)’의 연작을 남겼다. 수련의 물과 해돋이의 물의 이미지가 연결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루앙대성당
Oil on canvas, 107 x 73cm, 오르세 미술관, 1894
루앙대성당
Oil on canvas, 91 x 63cm, 오르세 미술관, 1894
화면은 빠른 붓놀림과 거친 터치로 구성되었다. 물감덩어리가 그대로 화면을 이루었다. 그래서 모네의 작품은 가까이 다가서면 물감덩어리와 붓놀림과 터치로 보인다. 사물로 보이고 빛으로 빛나는 화면이 되는 것은 화면에서 서서히 멀어지며 거리를 두고 볼 때이다. 빛은 화면에서 물감의 발색으로 다시 태어났다. 가까이는 물감이었다가 거리를 두면 하나의 풍경이 되는 것. 모네의 그림 속이다.
수련
Oil on canvas 427x 200 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1920년경
직접 보고 느낀 것. 그런 것들을 그리는 것이 모네의 덕목이다. 몸의 체험들, 경험들을 작품에 구현한 작가, 당대의 모더니스트, 모네이다.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태도가 유용한 것은 그러한 직접 경험이다. 직접 경험. 즐기려면 직접 체험해야한다. 봄이 온다. 이 봄이 그대의 봄이길 원한다면, 이 봄의 풍경 속으로 들어 가야할 것이다. 곧 꽃이 필 것이고, 새 싹이 돋을 것이다. 빛은 봄의 색으로 빛날 것이다. 그대가 들어가야 한다. 봄의 빛 속으로. 그래야 그대의 꽃이, 그대의 봄이 환히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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