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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시아 소국 전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제 받아들여야” 日전문가의 탄식

“일본의 아시아 소국 전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제 받아들여야” 日전문가의 탄식

김태균 기자
입력 2023-04-19 14:59
업데이트 2023-04-1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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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인구대국들 연 5~8% 가파른 경제성장 달성
‘1인당 GDP’ 아닌 ‘전체 GDP’ 중요…역전 불가피
‘세계 1위 미국의 동맹+경제 대국’ 이점 사라질 것
“‘아시아의 소국’ 전락에 대비한 국가전략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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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지난 2006년 6월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 재난 영화 ‘일본 침몰’ 홍보 문구가 걸린 건물 앞을 걸어가는 남성의 모습에서도 불황을 엿볼 수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부동산 거품이 꺼진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경제 침체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지난 2006년 6월 일본 열도가 가라앉는 재난 영화 ‘일본 침몰’ 홍보 문구가 걸린 건물 앞을 걸어가는 남성의 모습에서도 불황을 엿볼 수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아시아 신흥국들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독일에 따라잡힌다는 게 화제가 되고 있지만, 진짜 위협은 그것이 아니다. 일본은 장래에 인도네시아에도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이 정체된 일본과 달리 아시아·아프리카 신흥국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면서 장차 일본은 아시아의 ‘소국’(小國)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일본 경제 평론가가 전망했다.

최근 다양한 저술 활동을 통해 일본의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며 범국가적 대비책 마련을 촉구해 온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54)는 일본이 ‘대국’(大國)에서 ‘소국’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에 대비한 국가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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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니혼바시. 김태균 기자
일본 도쿄 니혼바시.
김태균 기자
“동남아 국가들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가야 평론가는 최근 들어 한층 두드러진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을 소개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7.6%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도 8.7% 성장을 달성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GDP도 각각 8.0%와 5.3% 증가했다.

“아시아 신흥국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은 국내 소비 강세다. 그동안 이 나라들은 미국, 일본, 한국의 하도급을 받아 공산품을 생산하는 수출 의존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고성장의 동력은 내수다. 특히 개인 소비의 확대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가야 평론가는 “동남아 각국이 개인 소비를 통해 고성장을 실현한다는 것은 자본 축적과 인프라 정비 등으로 국민 생활이 풍요로워졌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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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도시바 본사 로고 아래에 한 남성이 지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도시바 본사 로고 아래에 한 남성이 지나는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그는 한 국가에 본격적인 소비 사회에 접어드는 출발점을 ‘1인당 GDP 1만 달러’에 도달했을 때라고 설명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1인당 GDP는 1만 3000달러이고 태국 7600달러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중국 수준의 풍요로움을 실현했고, 태국이 준(準)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베트남은 4000달러, 필리핀은 3600달러, 인도네시아는 4700달러로 1만 달러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사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다.”

“결국 일본은 인도네시아에 추월당하고 말 것인가?”
가야 평론가는 일본에 있어 동남아 신흥국의 진정한 위협은 1인당 GDP만이 아니라 ‘방대한 인구에 따른 거대한 GDP’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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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엔화가치 하락 등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일본 국가채무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도쿄의 시민이 일본 기업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자동차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인플레이션과 엔화가치 하락 등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일본 국가채무의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도쿄의 시민이 일본 기업 시가총액 1위인 도요타자동차 매장 앞을 지나고 있다.
도쿄 AP 연합뉴스
현재 동남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로 약 2억 8000만명에 달한다. 베트남은 약 1억명, 필리핀은 약 1억 1000만명, 태국도 약 7000만명에 이른다.

“일본이 전후 공업국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인구(약 1억 2500만명)가 많았기 때문으로, 풍부한 노동력에 따른 저임금을 무기로 대량생산을 실현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는 동남아 국가 중에 인도네시아가 일본에 특히 위협적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는 아직 5000달러가 채 안 되지만, 앞으로 급격하게 부유해져 지금의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정도로 커질 것이 확실시된다. 3억명에 가까운 인구 대국이 경제 성장을 이루면 GDP 절댓값은 당연히 커진다. 많은 전문가가 앞으로 20년 이내에 인도네시아의 GDP가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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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김태균 기자
일본 교토.
김태균 기자
“일본은 소국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지금까지 일본은 인구가 많아 GDP의 절댓값이 컸기 때문에 대국으로 인식됐지만, 이미 1인당 GDP에서 대만에 추월당했고, 한국에 역전당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며 “신흥국들이 놀라운 속도로 GDP 절대 규모를 키우고 있어 일본은 이미 대국이 아닌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인구는 14억명이고 동남아 전체로 7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있다. 각국이 앞으로 급격하게 부유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아시아 경제권에서 일본은 소국 중 하나에 불과해진다.”

가야 평론가는 “외교, 군사, 비즈니스 등 대외 협상력이나 국가 패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1인당 GDP가 아니라 GDP의 절댓값”이라며 “전후 국제사회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갔던 것도 단연코 그 거대한 경제 규모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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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공사 중인 아자부다이 힐스 모리 JP 타워(왼쪽) 옆으로 도쿄타워(가운데)가 불을 밝히고 있다. 2023.2.8 AFP 연합뉴스
일본 도쿄에서 공사 중인 아자부다이 힐스 모리 JP 타워(왼쪽) 옆으로 도쿄타워(가운데)가 불을 밝히고 있다. 2023.2.8 AFP 연합뉴스
이어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자 (2010년 중국에 추월당할 때까지) GDP 2위 국가라는 것이 모든 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중국과 동남아의 부상으로 그 이점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일본의 새로운 국가전략 수립을 강조했다.

“소국으로서 경제·외교를 운영하려면 대국이던 때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한데, 일본에 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모두 버리고 원점에서부터 의식 개혁을 하지 않으면 향후 50년을 살아남기란 극도로 어려울 것이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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