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산책] 제품 시험인증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산책] 제품 시험인증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을 가다

입력 2013-11-18 00:00
수정 201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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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CD 듣고 정수기엔 물 부어 보고 뽀로로는 샅샅이 헤집고 우리는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난방제품의 사용이 늘고 있다. 최근 과도하게 온도가 올라 화상 위험이 있는 불량 전기 찜질기 제품이 무더기 리콜 조치됐다. 제품이 시판되기 전에 받는 시험인증 안전도 검사 때와 달리 값싼 부품을 쓰거나, 아예 온도 상승을 막는 핵심 부품을 빠뜨렸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제품의 질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시험인증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음향파워측정실에서 로봇을 이용해 헤드폰 신제품의 음색(音色)과 음압(音壓)을 측정하고 있다. 탄소 스펀지로 둘러싸인 ‘실드룸’은 외부의 방해전파를 완벽히 차단한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음향파워측정실에서 로봇을 이용해 헤드폰 신제품의 음색(音色)과 음압(音壓)을 측정하고 있다. 탄소 스펀지로 둘러싸인 ‘실드룸’은 외부의 방해전파를 완벽히 차단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은 출고 전에, 수입제품은 통관 전에, 일정한 기준의 시험인증을 거쳐야만 팔 수 있다. 해외로 수출하려는 제품은 해당 국가나 해당 기관의 인증마크를 취득하기 위한 시험과 제조공장에 대한 공장심사가 필요하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국내 대표적인 시험인증기관이다. 처음 안내를 받은 곳은 시험원의 기계역학표준센터.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시험장비들 사이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연구원들의 표정이 부담스러울 만큼 기계적이다. 압력조절로 대기 중의 먼지를 밖으로 날려버리는 시스템을 갖춘 이곳에서 제품의 길이와 힘, 각도, 소음 등을 측정한다. 음향파워측정실에서는 로봇을 이용한 신제품 헤드폰의 음색과 음압을 측정하고 있었다. 마치 녹음실에서 신곡을 취입하고 있는 가수처럼 보인다. 실험실에서는 전자파 발생량도 측정한다. 가시처럼 튀어나온 사각뿔 모양의 탄소 스펀지로 둘러싸인 ‘실드룸’(shield room)은 외부의 방해전파를 완벽히 차단한다. 어쩐지 새로 산 휴대전화가 내내 불통이다. 로봇에게 CD를 틀어 주던 이선경 연구원은 “정밀한 데이터를 재기 위해 기계를 쓰고 있지만 꽤나 낭만적인 연구실”이라며 웃었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세탁기나 식기세척기 등 물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방수 및 방전 테스트를 하는 방이다.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는 업무특성상 주부습진까지 걸렸다는 문상헌 연구원은 “내 아내와 어머니가 쓸 수 있는 제품이라 더욱 꼼꼼히 검사한다”고 말했다. 안내를 맡았던 강전일 연구원은 “안전도, 표준화, 환경테스트 등 각종 시험인증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제품에 인증마크가 부착된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용 완구제품의 수은성분 검출 테스트(한국의류시험원).
어린이용 완구제품의 수은성분 검출 테스트(한국의류시험원).
주방 가전제품에 대한 방수 실험.
주방 가전제품에 대한 방수 실험.
전기자동차의 충전기 단자에 대한 충격 실험.
전기자동차의 충전기 단자에 대한 충격 실험.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장비인 전동차에 대한 안전도 검사.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장비인 전동차에 대한 안전도 검사.
LED실험실에서 전구의 수명을 측정하고 있다.
LED실험실에서 전구의 수명을 측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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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의료기기 시험실에서 토끼를 대상으로 콘텍트렌즈의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의료기기 시험실에서 토끼를 대상으로 콘텍트렌즈의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어린이 완구 및 유아용품의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어린이 완구 및 유아용품의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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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어린이 완구 및 유아용품의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의류시험연구원에서 어린이 완구 및 유아용품의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장비에 대한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장비에 대한 안전도 검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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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쉴드룸(shield room)에 제품의 전자파 발생량을 측정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쉴드룸(shield room)에 제품의 전자파 발생량을 측정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시험인증산업 분야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아기들이 물고 빠는 장난감에서 수은 성분이 얼마나 검출되는지, 장애인 전동차가 몇 도의 경사각에서 구르는지, 형광등은 일생 몇 번이나 깜박거리다가 수명을 다하는지 등등 공산품 분야에서부터 환경, 농업, 정보, 원자력 등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인증(認證)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문서나 행위가 정당한 절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공적 기관이 증명하는 것’이다. 각종 취업이나 입시에서 토익이나 토플 등 공인어학인증시험성적표가 필요한 것처럼, 시험인증은 제품 및 서비스가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지 공인기관이 시험하고 인증해서 성적표를 발급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이외에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시험인증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표준인증제도와 소비자제품 안전정책을 총괄 운영하는 정부 주무부처다. 기술표준원에서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및 한국의류시험연구원 등 6개의 민간심사기관에 시험인증을 위탁하여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연 130조원 규모의 숨겨진 ‘황금어장’인 시험인증산업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전 세계가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4조~5조원대인 국내 시장은 스위스의 SGS 그룹 등 외국 시험인증기관이 60~70%를 점령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인증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 강국=시험인증산업 강국’인 점에 비춰볼 때 제조업에 강한 우리나라는 시험인증산업을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글 사진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3-11-1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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