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와 공매도 보고서 파문 등으로 중국의 드론 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마스크를 낀 시민들이 DJI 매장 앞을 지나는 모습. 선전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장촹신의 미국내 주요 인력이 수개월째 빠져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는 센터장이 퇴사한데 이어 나머지 직원 10여명은 해고됐다. 지난해 말에도 DJI 핵심 관리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회사를 떠났고 팔로알토와 버뱅크, 뉴욕 등에 있던 200여개 팀 중 3분의 1은 해고되거나 퇴사했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점점 높이면서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TikTok)의 모회사 즈제탸오둥(字節跳動·ByteDance) 등과 마찬가지로 DJI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DJI의 시장 지배력이 점점 잠식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인비행기 드론(Drone)은 민간·군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덕분에 주목받는 차세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DJI 등을 보유한 중국은 이미 전 세계 드론 생산의 90% 이상을 선점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중국이 드론 시장을 장악하게 된 배경엔 DJI의 역할이 지대하다. DJI는 현재 전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글로벌 드론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DJI의 기업가치는 무려 1600억 위안(약 27조 7616억 원)에 이른다.
DJI의 창업자 왕타오(汪滔) 회장은 ‘드론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드론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태어난 왕 회장은 초등학교 때 헬리콥터 만화책에서 읽은 모형 헬기와 비행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모형 헬기는 당시 중국 직장인 평균 월급의 7배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 “열심히 공부하면 모형 헬기를 사주겠다”는 부모의 ‘달콤한’ 제안에 성적을 올려 모형 헬기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모형 헬기는 어린 그가 조종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생각 만큼 매력이 없었다. 이때 간단히 조종할 수 있어야 헬기의 매력을 느낄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친 왕 회장은 누구든 쉽게 조종할 수 있는 헬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3년 홍콩과학기술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비행제어시스템이나 로봇 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를 시작하면서 창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최초로 유인 드론택시(UAV)를 개발한데 힘입어 미국 뉴욕 나스닥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하던 이항이 울프백 리서치의 기술 조작 및 허위 계약 의혹을 제기하는 바람에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도심항공교통(UAM) 실증비행 행사에서 중국 이항의 2인용 드론택시 ‘EH216’이 한강시민공원 상공을 선회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그러나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드론 기술을 활용해 중국 내 광범위한 인권 탄압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로 DJI를 거래금지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국가안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기술이나 상품 수출에 제한을 둔 것이다.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나 기관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로미오 더셔 DJI 미국지사 공공안전 담당 총괄도 회사를 떠났다. 그는 미 정부 기관에 DJI의 비(非)군사적 드론 기술을 제공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더셔 전 총괄은 퇴사 이유에 대해 “내부 파벌 경쟁으로 회사가 본래 목표를 잃어갔고, 2020년에는 더 심해졌다”며 “회사가 유능한 인재를 여럿 잃었다”고 털어놨다. DJI의 내부 문제는 중국 직원과 미국 직원 간의 갈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은 DJI 내부 싸움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버금갈 정도라고 전하기도 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E) 기술기업, 즉 유인드론 업체인 이항은 공매도 투자업체 울프팩 리서치의 보고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14년 4월 후화즈(胡華智)가 창업한 이항은 2016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세계 최초로 유인 드론 ‘이항184’를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가짜계약·기술조작 등의 이유로 미 공매도 투자업체의 표적이 된 것이다. 울프팩 리서치는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이항이 생산과 제조, 매출, 사업 협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며 이항의 주요 계약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미 나스닥의 이항의 주가는 지난 한달 사이 63% 이상 폭락했다. 공매도 보고서 발표 직전 124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18일 현재 45달러로 수직 하락했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의 광저우 본사엔 최소한의 보안시설도 없었으며 드론택시를 생산할 만한 조립라인과 설비도 부족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생산 시설이라기보다 박스들이 수북히 쌓인 창고에 가까운 이항 본사 건물 3층 모습. 울프팩 리서치 홈페이지 캡처
400㎞ 비행이 가능한 이 드론이 출시된다면 중국의 ‘드론택시’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아직 기술 초기 단계인 이항216은 주로 관광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드론은 택시 활용에 더 유용한 까닭이다. 이항은 지난달 23일에는 베이징에서 첫 시범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항216 두 대는 당시 영하 14도의 매서운 날씨 속, 얼음으로 뒤덮인 옌치(雁栖)호 위로 5회의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항216은 저온과 사막 고온, 짙은 안개, 태풍 등 기상 악조건 속에서의 모든 테스트를 마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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