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사랑잇기] 어르신 1대1 매일 안부전화… 폭설땐 하루 2500명 체크

[독거노인 사랑잇기] 어르신 1대1 매일 안부전화… 폭설땐 하루 2500명 체크

입력 2011-03-14 00:00
업데이트 2011-03-14 00:0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1부) 벼랑끝에 선 노인들 ②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가보니

“제가…, 아무래도 제가 봄되면 죽을 텐데, 내 장례를 맡아 줄 분 어디 없을까요.” 지난 2월 중순, 서울 용강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내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중랑구에 사는 65세 기초수급자라고 밝힌 이 할아버지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말기 폐암 환자였다. 길어야 두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의 바람은 바로 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러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주변 정리를 하던 할아버지는 “비록 가족도, 친구도 없지만 쓸쓸히 죽은 모습이 몸 상한 뒤에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는 정말 싫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지 확대


곧바로 독거노인지원센터는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동 주민센터에 연락해 방법을 물었다. 다행히 방법은 있었다. 동 주민센터는 연고가 없는 기초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지자체의 장례서비스를 연결해줬다.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게 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센터에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1월 27일 개소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는 하루에도 100여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단순히 안부를 묻고 답하는 전화에서부터 ‘저승 가는 길’ 책임져 달라는 전화까지, 전화 한 통화이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는 가족을 만나는 것처럼 의미있는 대화들이 유선을 통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 확대
서울 용강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내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상담원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이들 상담원은 10명이 2교대로 근무하며 전화 상담과 서비스 연계 등의 봉사활동을 펼친다.
서울 용강동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내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 상담원이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이들 상담원은 10명이 2교대로 근무하며 전화 상담과 서비스 연계 등의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미지 확대


지난달 22일 방문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서는 상담원과 독거노인의 전화통화가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센터에 근무하는 인원은 모두 10명. 이들은 오전 7시~오후 9시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지원센터의 업무는 ▲노인복지서비스 안내 및 지원 ▲보건복지부 독거노인 사랑잇기사업 관련 업무 ▲민간 참여기관 교육 등 크게 3가지다. 센터가 중점적으로 펼치는 ‘마음 잇는 전화’ 사업은 민간·공공기관 콜센터 상담원이 노인들에게 1대1로 안부 전화를 하며 이들의 안전을 매일 확인하는 일이다.

만약 노인이 안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콜센터는 즉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에 이 사실을 알리고, 센터 직원들은 곧바로 현장에 나가 노인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노인들에게 직접 전화도 하지만, 거주지의 이장이나 동장, 경로당 등에 전화해 노인들의 안전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기업과 기관에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센터의 주된 과제 중 하나다.

특히 독거노인 사랑잇기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참여 기관과 대상 노인이 늘어나 업무량도 크게 증가했다. 폭설이나 혹한과 같은 이상기후로 노인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때는 센터의 업무량도 덩달아 급증한다. 실제로 지난 2월 14일을 기점으로 시작된 폭설 사태 때는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하루 2500여명의 독거노인 안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평소 통화량보다 10여배나 늘어났으니 업무를 마친 상담원들이 녹초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센터 상담원 송미숙(43) 씨는 “‘주변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렸다. 집이 무너질 것 같다’며 걱정하시던 어르신들과 통화하며 이분들이 안전하다는 사실에 감사함도 느꼈다.”면서 “특히 피해가 많았던 지역민들이 더욱 고맙게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독거노인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협회는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어제와 오늘을 알 수 있는 ‘현장 지표’다. 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의 욕구와 이에 따른 역할 변화에서 고령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89년 서울 효창공원 내 중부노인종합복지관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에 설립된 노인복지관이 250여곳에 이른다.

1990년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였다. 이 당시에는 재가(在家)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등이 노인복지관의 주된 사업이었다. 노인학대와 자살 예방 프로그램처럼 노인에 대한 보호는 지금도 여전히 노인복지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최근에는 노인들이 가진 ‘욕구’에 초점을 맞춘 복지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일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인일자리사업, 중고령자들을 위한 은퇴 프로그램 등이 그 예다. 최진영 노인종합복지관협회 과장은 “복지관을 찾는 노인 대상자의 연령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노인 인구 확대에 따라 민간자원과의 연계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1-03-14 20면
많이 본 뉴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당신의 생각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5월 21일 시작된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최대 화두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입니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한 반면, 노동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