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 리포트] ‘괴물’ 美 산불은 천재? 84%가 인재

[특파원 생생 리포트] ‘괴물’ 美 산불은 천재? 84%가 인재

한준규 기자
입력 2018-08-05 17:44
수정 2018-08-0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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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폭염과 산불 등 이상 기온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해마다 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미국 남부지역 산불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증조할머니와 증손주의 안타까운 죽음 등을 포함해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 대형 산불 ‘카 파이어’의 진화율이 30% 내외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시작된 이 산불은 현재 서울시 면적(약 605㎢)의 90%에 가까운 약 520㎢의 산림, 집 1000여 채와 건물 500여 동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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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펑크가 불씨… ‘서울 90% 면적’ 태워

이 산불의 원인은 어이없게도 자동차 타이어의 펑크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지난달 23일 레딩 근처 229번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트레일러의 바퀴 하나에 펑크가 났고 휠이 아스팔트를 긁으면서 일어난 불꽃이 주변에 옮겨붙었다”면서 “이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 요세미티 국립공원 인근에서 발화한 산불은 진화율 30%를 기록한 가운데 요세미티 밸리 등 국립공원 주요 관광지는 여전히 폐쇄됐다. 지난달 31일부터 캘리포니아 남서쪽 멘도치노 카운티와 레이크 카운티에서 비슷한 형태의 쌍둥이 산불이 일어나는 등 현재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17개 크고 작은 산불이 ‘진행형’이다.

●자연발생 2% 미만… 대부분 인간의 실수 탓

미국에 유독 산불이 잦은 이유는 뭘까. 산악지형이 드물고 넓은 평지가 주를 이룬 미국의 산불은 천둥·번개 등 자연발생적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각종 논문에 의하면 미국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즉 자동차의 펑크가 큰 산불로 이어진 이번 ‘카 파이어’처럼 사람의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21년간 발생한 산불 150만여건을 분석한 미 연방과학연보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미 산불의 최소 84%가 인간의 실수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둥·번개에 의한 산불은 1% 미만이며 나머지는 모두 확인할 수 없는 산불이었다. 논문은 아무리 많아도 전체 산불 중 2% 미만이 자연발생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나무가 쓰러지면서 마찰열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0.003% 이내로 분석됐다. 이처럼 인간의 작은 실수가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로 이어진다고 이번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폭염’ 캘리포니아 지역 17개 산불 전쟁 중

특히 올해 캘리포니아 지역에 산불이 잦은 이유로는 폭염과 건조한 바람을 꼽았다.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 불씨가 건조한 기후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옮아붙는다는 것이다. 기상전문가 에반 더피는 “지난겨울 북캘리포니아에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면서 풀과 나무들이 많아졌다”면서 “이 풀과 나무들이 여름 폭염과 건조한 기후로 바짝 말라 죽으면서 산불을 키우는 거대한 불 쏘시개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 캘리포니아대학 앤소니 르로이 웨스털링 교수는 “기후변화가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그 충격은 점점 커질 것”이라면서 “이번 산불은 최근 수년 동안 미 서부를 강타한 새로운 종류의 산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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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8-0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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