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악플보다 세월호와 함께한 눈물이 훨씬 많아요, 꼭 기억하세요”

[세월호 5주기] “악플보다 세월호와 함께한 눈물이 훨씬 많아요, 꼭 기억하세요”

이하영 기자
입력 2019-04-15 23:06
수정 2019-04-16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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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에서 대구에서 팽목항으로… 재난 피해자의 연대

‘삼풍 생존자가 말할게요’ 글 올린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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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겪은 A씨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겪은 A씨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5년간 슬픔에 잠겨 있지만은 않았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 권력과 맞서 싸웠고,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하면 먼저 달려가 피해자들을 보듬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팽목항으로 달려가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했다. 재난 피해자들의 끈끈한 연대가 안전 사회의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저는 정부로부터 제대로 사과를 받았는데도 20여년 전 그 일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세월호 때는 정부 사과는커녕 진실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세월호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피해자 A(필명 산만언니)씨는 지난 11일 서울신문과 만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삼풍백화점 때보다 못했다”고 비판했다. A씨는 세월호 침몰 직후 전남 진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A씨는 삼풍백화점 붕괴 때 정부의 대응은 비교적 빠르고 확실했다고 기억한다. 당시 A씨는 뒤에서 날아온 건물 파편에 피투성이가 됐다. 다행히 지나던 시민이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입원실로 조순 당시 서울시장의 꽃바구니와 위로금이 왔다. 공무원들도 수차례 다녀갔다. 따로 요구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사과했고, 보상금도 바로 지급됐다. 사고 원인을 제공한 공무원 다수가 처벌받았다.

세월호 참사를 보며 A씨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여론도 삼풍 때와 달랐다. 일부 시민들은 세월호 가족들에게 ‘자식 목숨 장사’를 한다며 손가락질했다. A씨는 지난해 한 네티즌이 올린 세월호 유가족 비난 글을 보고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말할게요’를 통해 삼풍 사고와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와 사회의 달랐던 반응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수십 개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다.

그는 “세월호 어머니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참사 생존자인 내가 그들 대신 말해 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돈을 들먹이며 유족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나도 충분한 보상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 돈 열 배를 돌려주고서라도 안 겪었으면 하는 게 피해자 마음”이라고 썼다. 세월호 유가족과 연고가 없는 A씨는 최근 가까운 수녀님을 통해 세월호 어머니들이 자신의 글을 접하고 많이 울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진심이 돌고 돌아 닿은 뭉클한 순간이었다.

분노로 올린 글이었지만, A씨에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의 글을 공유하며 세월호 피해자들을 걱정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악플을 달고 모진 말을 하는 도드라진 소수보다 함께 아파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세월호 유가족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피해자다움’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나를 만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우울하게 살 줄 알았는데 멀쩡해서 놀랐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A씨에겐 그런 말이 2차 가해로 느껴졌다. “피해자들이 더 크게 웃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슬픈 장례식장이라도 밥은 먹고 웃을 수도 있잖아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행도 다니고 맛집도 다니면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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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9-04-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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