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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블로그]허리를 숙여라… 의원들 마음이 움직인다

[여의도 블로그]허리를 숙여라… 의원들 마음이 움직인다

입력 2011-01-21 00:00
업데이트 2011-01-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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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두고 하루 차이로 연달아 인사청문회를 거쳤던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두 후보자의 청문회 장면을 되돌아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17일 열린 정 후보자의 청문회를 마친 여야 의원들은 “역시 정치인이다.”는 말을 연발했다. 국회의원 3선의 경험과 동시에 11년 동안 국회 문방위에서 ‘한 우물’만 팠던 정 후보자의 노련함 때문이었다. 정 후보자는 청문회 당일 의원들에게 모두 악수를 하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넸고, 회의 중간 찾아온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청문회가 시작된 지 20여분 남짓,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문화부 장관 가운데 업무성과가 가장 뛰어났던 장관이 누구냐.”고 질문하자 정 후보자는 곧바로 “우리나라 문화 예산을 전체 예산의 1%대로 넘겨 놓으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라고 답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시작하자마자 우리 원내대표를 제일 훌륭하다고 칭찬을 해놓으니 공격할 맛이 안 나더라.”라고 농담했다. 정 후보자는 또 해병대 이야기가 나오자 “민주당 장병완 선배님도 해병대 선배님”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18일 열렸던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까도남’(까칠한 도시남자)의 전형을 보여줬다. 고압적 태도와 뻣뻣한 말투로 여야 의원들에게 거듭 지적을 받았다. 답변과정에서 의원들이 말을 끊으면 “질문을 하셨으면 답을 들으셔야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이 “왜 ‘최틀러’라는 말이 나왔는지 실감한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급기야 오후 4시쯤 정회를 하자 최 후보자와 고향이 같은 한나라당 의원이 그를 불러냈다. “국회의원들에게 그렇게 답변하면 안 된다. 조금 누그러뜨려라.”며 조언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4시 40분 속개되자 최 후보자는 탈세 의혹에 대해 “결과적으로 납세 의무를 소홀히 하게 돼 깊이 반성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저녁 9시쯤부터 다시 뻣뻣함이 되살아났다. 여당 의원조차 “괘씸죄를 얻었다.”고 말했다. 결국 청문회를 거쳐 보고서를 채택하는 과정까지 모두 의원들의 몫인데,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2011-01-2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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