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통일] (22)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나와 통일] (22)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입력 2011-07-04 00:00
업데이트 2011-07-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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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사태 일어나도 통일로 직결되진 않아”

21세기에 들어서 일본에서는 ‘한류’로 인해 한국을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편으로는 납치, 핵, 미사일, 후계자 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내가 처음 한반도에 관심을 가진 20여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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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이소자키 아쓰히토 게이오대 교수


1984년 4월 처음으로 방송됐던 NHK 교육 텔레비전의 ‘한글 강좌’를 봤던 나는 한글의 독특한 형태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주변에 재일 한국인도 없었고, 부모님은 해외와는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채널을 맞닥뜨린 것은 완전히 우연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한국 가요에 빠졌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방송된 후지TV의 심야프로그램 ‘Seoul soul’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한국 MBC의 인기가요 프로그램인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 일본어 자막을 입힌 방송이었는데, 가수 정수라와 전영록을 좋아했다. 고교 진학 후에는 여러번 시모노세키나 하카타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건너가 한국을 여행하곤 했다.

●신상옥 감독 책 보고 北에 관심

그러던 중 관심은 한국가요에서 정치로, 남에서 북으로 이동해 있었다. 여배우 최은희씨와 영화감독 신상옥씨의 책 ‘어둠으로부터의 메아리’(한국 발간 제목은 ‘김정일 왕국’)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고 기억된다. 대학생이 되어서부터는 연구자의 길을 생각했고, 서울 유학과 베이징 대사관 근무를 거쳐 대학에서 자리를 얻게 되었다.

나는 현재 게이오대학에서 북한 현대사를 다루는 수업과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남북통일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높지만 정확한 지식이 널리 보급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 국민의 여론이 통일에 미치는 중요한 맥(脈)이며, 그 배후에 막대한 통일비용이 상정되어 있다는 것, 일본이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대북 무역액을 늘리고 있다는 것, 반세기 전에는 일본에서도 북한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 등을 얘기할 때 특히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또 일본에서는 ‘북한=무서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완전히 정착해 버렸기 때문에 그 체제하에서 사는 일반인들도 피해자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통일은 남북한의 주민들이 희구하는 한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의미에서의 통일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남한은 북한 주도하의 통일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체제의 동요를 일으킬 만한 요소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른바 ‘급변사태’가 발생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통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북한의 현저한 경제격차에 비춰볼 때 형식적, 표면적, 이념적인 통일이 선언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왕래의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北 주민 ‘이등국민’ 취급받아선 안돼”

통일이 되면 일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통일의 형식은 한반도의 사람들이 정해야 할 일이지만, 바로 옆에 사는 일본인으로서 정세의 안정화를 바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납치 피해자는 물론이고 1959년 이후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배우자와 그 손자들의 안전이 확실히 확보되는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 한국 주도하에서 통일이 실현됐을 경우 북한의 일반사람들이 ‘이등국민’ 취급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동유럽의 우등생’이었던 구 동독의 시민조차 통일이 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저소득과 고실업률에 고통받고 있다는 현실은 너무나 무거운 교훈이다.

나는 취미를 일로 전환할 수 있었던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일상사에 쫓겨 사는 평범한 일상이다. 통일이 되어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문헌을 입수, 검증해서 각계각층 사람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그래서 정치사의 중요한 전환점의 배경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밝히고 싶다. 연구자로서는 작은 알갱이에 지나지 않아 너무나도 미력하지만 언젠가 통일이 될 때, 북한의 일반주민들에게 감사는 고사하고 원망은 듣지 않을 연구자세를 지키고 싶다.

정리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약력 ▲북조선 정치·사회 연구 ▲서울대 박사과정 유학 ▲주중 일본대사관 근무 ▲게이오대 전임강사
2011-07-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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