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공생…박형준 靑사회특보 인터뷰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18일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핵심화두로 제시된 ‘공생발전’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글로벌 외교를 한 경험과 거기서 비롯된 통찰, 3년 반 동안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얻은 종합적인 인식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박 특보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생’이라는 표현도 이 대통령이 직접 말씀을 해서 그 말을 가지고 경축사를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가 18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8·15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핵심 화두인 ‘공생발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공생발전이 대기업 압박 아니냐고 하는데.
-압박이라고 느끼지 말고 위기 속에서 대기업이 더 잘되기 위해서 어떻게 책임을 더 질까 하는 인식이 더 중요하다. 대기업 최고경영진 사이에서는 이런 인식이 상당히 확보됐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미흡하다. 대기업을 혼내고 중소기업을 위한 게 아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2000억원 사재 출연 발표는 사전 교감이 있었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점이 잘됐다. 정무수석을 할 때 정 전 대표와 자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상당히 그런 마음,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정부가 감세 철회로 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아니다. 성장률을 높이려면 감세가 도움이 된다. 세원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세입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대통령도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나.
-대통령이 가진 인식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말씀을)안 하고 있을 뿐이다.
→투표가 6일 남았는데 전망은.
-쉽지 않은 싸움인 것만은 틀림없다. 핵심은 무상급식을 단계적으로 하느냐, 전면적으로 하느냐가 아니다. 앞으로 나라의 정책 기조를 어떤 방식으로 가져갈 것인가다. 프레임(정책틀) 싸움이라고 본다.
→만약 투표에서 지면 오 시장이 물러날 수도 있고 10월쯤 선거를 해야 하는데.
-진퇴는 오 시장 개인의 거취 문제로 생각할 사안이 아니다. 시장은 혼자서 된 게 아니다. 여권 전체의 스케줄 및 전략과 맞아떨어져야 된다. 혼자 책임지고 할 건 아니다.
→남북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이번에도 고민을 많이 하셨다. 전향적으로 풀어 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늘 대한민국이 일방적으로 베풀다 문제가 생기면 다시 뒤로 돌아가는 건 안 된다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관계를 새롭게 열 수 있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대일관계는.
-넓고 큰 시야로 봐야지,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일이 미래를 향해 가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동북아와 세계에 이익을 주는 차원에서도 이를 악화시킬 장애물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인식이다.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우리 영토다. 대통령으로서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다. 독도는 열려 있다. 다만 (방문은)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 전망은.
-어렵다. 야권이 통합되면 특히 그렇다. 총선이 어려우면 대선도 어려워질 수 있다.
→부산·경남(PK)이 더 어렵다고 보나.
-핵심적 지역이 수도권과 함께 부산·경남이 될 것이다. 부산·경남은 이전과 달리 텃밭이라고 보기 어려워 격전지가 될 가능성 높다. 지역주민의 여망에 맞는 공천을 해야 한다.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얘기도 있는데.
-내가 함부로 말할 건 아니다. 수치로 하는 건 논란만 일으킬 소지가 있다.
→여권에선 1996년 15대 총선 때 신한국당의 공천 방식을 많이 얘기한다.
-당시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했고, 두 가지 공천 개혁을 했다. 하나는 범여권의 거물 정치인을 영입했다. 이회창, 박찬종, 이수성씨 등이 그때 영입됐다. 국가지도자급의 무게감을 갖는 인물들이다. 또 개혁 성향의 정치 신인들도 대거 수도권에 배치했다. 그 결과 처음 수도권에서 여당이 이겼다. 그 정신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만 당시는 제왕적 총재가 있어서 위로부터의 개혁이 완벽히 가능한 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력관계도 복잡하고, 누가 일방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그만큼 지금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방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영향력은.
-잠재적 파괴력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 부산·경남이 무주공산 비슷한데, 이곳에 기반을 둔 야권의 지도자다. 그러나 대선 지형은 총선 이후에 새롭게 짜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앞서 있다. 박 전 대표의 장점은 핵심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것이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대세론과는 다르다는 말인가.
-대세론이라는 표현은 좀 그렇지만, 이 전 총재보다는 상당히 견조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당장 흔들릴 요인도 없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이후 관계개선은.
-그 얘기는 하지 말자(손사래). 뻔한 얘기로, 괜한 오해만…. 뭐 잘되고 있다. 채널은 다 있다.
→대통령이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인사에 있어서 분명히 국민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청문회 제도 하에서 인재풀이라는 게 좁을 수밖에 없다. 5년 단임제 하에서 인사를 탕평으로 하라고 자꾸 얘기하는데,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하기 좋은 말로 대선 때 기여한 사람 다 자르고 하라는데 쉬운 일인가. 대통령은 누구와도 대화하는 스타일이다. 대통령 자신이 귀를 막고 있거나 닫힌 사람은 절대 아니다.
→여권에서 동남권 신공항 얘기를 다시 하는데.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영남권에서는 한번 속았다는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을 포기한 건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한 결정이었다.
김성수·윤설영기자 sskim@seoul.co.kr
2011-08-19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