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대남 비난 시작…험로 예고

’김정은 체제’ 대남 비난 시작…험로 예고

입력 2011-12-30 00:00
업데이트 2011-12-3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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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국면 틈타 “차기 정부와 거래하겠다”는 속내당분간 관계복원 난망..6ㆍ15,10ㆍ4 강조에 주목하는 시각도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거세게 대남 비난에 나서면서 ‘김정은 체제’ 하에서의 내년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30일 우리 정부의 조문 제한 등을 강하게 비난하며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격이 높은 국방위 성명 형식을 취한 데다 ‘대역죄’, ‘불망나니 처사’ ‘살아숨쉴 수 없는 범죄’ 등 비난의 수위도 상당히 높였다.

이는 29일 추도행사를 통해 등극식을 가진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이 남측에 내놓은 첫 메시지다.

북한의 이날 성명은 조문 정국에서의 남측에 태도에 대한 불만과 그동안 쌓여온 불신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앞서 지난 26일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대국상에 대한 태도가 자기들의 인륜적 한계와 북남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척도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하루빨리 안정을 회복하고 남북관계에서도 건설적 태도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 당국자는 “좋은 메시지는 아니다”면서 “그렇지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고,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현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차기 정부와 거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기존 원칙을 버리지 않는 한 북측도 관계개선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밝혔듯이 ‘말이 아닌 마부를 바꿔야 마차가 바로 간다’는 의미로 보인다”면서 “이는 정권교체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이 남측이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을 하면 받기는 받겠지만,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치ㆍ군사적 분야의 남북 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이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면 내년 남북관계는 불안정한 양태를 띨 수 밖에 없다.

특히 북측이 차기 정부와 거래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각종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체제의 군부 강경파들이 충성 경쟁 차원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빌미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날 성명은 우익 단체들의 전단 살포행위를 “추모분위기를 틈타 어리석은 목적을 실행해 보며 급변사태와 체제변화를 유도해 보려는 고약한 속내의 발로”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북한 국방위 성명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내세우고 있는 ‘유연한 대북 접근’에 대해서도 “우리가 바라는 북남관계 개선은 리명박 역적 패당이 떠드는 강경과 유연성, 그것을 뒤섞은 교활한 술수에 기초한 개선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대화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명 끝 부분에서 “북남관계개선과 평화번영의 길을 향하여 힘차게 나갈 것”이라면서 6ㆍ15남북공동선언과 10ㆍ4선언의 실현을 강조한 대목이 그 근거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우리 정부가 6ㆍ15나 10ㆍ4 정신에 입각해서 5ㆍ24조치 이전의 상황으로 남북관계를 할 수 있다면 북측도 관계개선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남측 정부가 현재와 같이 대북정책에서 좌고우면하면 상종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측이 대화를 완전히 거부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면서 “현 정부가 근본적으로 대북정책을 전환하면 북측이 응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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