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선거 확인땐 총선에 치명타… 朴, 하루 만에 검찰 수사 요청

금권선거 확인땐 총선에 치명타… 朴, 하루 만에 검찰 수사 요청

입력 2012-01-06 00:00
수정 2012-01-06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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借刀之計 (차도지계·남의 칼을 빌려 일을 해결하는 계책)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할 경우 당 쇄신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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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직자들이 5일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5일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그동안 전당대회 대의원에 대한 당 대표 후보들의 매수 행위는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당 관계자는 “전대에서 엄청난 숫자의 돈봉투가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검찰 수사에서 진실이 드러날 경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처럼 돈을 제공하고 이를 받은 의원들이 속속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전대에서는 관행적으로 돈봉투를 돌렸다. 특정 후보에게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지역 당원협의회별로 300만~500만원씩 돌렸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당협에서 후보 측에 돈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설도 파다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러한 ‘금권 선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4월 총선을 앞두고 치명상이 될 수밖에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으로 당의 이미지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도 없다.

박 위원장은 오전 비대위 회의 직전 권영세 사무총장으로부터 돈봉투 사건을 보고받았다. 권 사무총장은 박 위원장에게 “오늘 가장 큰 관심사다. 입장을 표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보고했고, 이어 비대위 회의에서는 이상돈 비대위원이 가장 먼저 “비대위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하자.”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논의 초기에는 당 윤리위원회에서 조사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러나 비대위원인 주광덕 의원이 “윤리위가 지금까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진상조사위를 꾸리자.”고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위 역시 시간 제약 등이 문제로 지적되자 검찰 수사 의뢰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모두 들은 뒤 “그렇게(검찰 수사 의뢰) 의결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박 위원장은 당 대표를 맡았던 2006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역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과정에서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지체 없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또 비대위 산하에 구성된 ‘디도스 국민검증위’에 대해서도 “지금이 타이밍이다. 검찰 수사 발표 전에 우리 검증위가 먼저 발표를 해야 한다.”면서 “검찰 수사 발표 이후에 검증위가 발표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검증 작업에 속도를 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러한 당 쇄신의 칼끝이 향하는 곳이다. 박 위원장의 의도와 상관없이 돈봉투 및 디도스 사건은 친이(친이명박)계를 비롯한 전임 당 지도부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

용퇴 대상으로 지목되는 ‘인적 쇄신 갈등’에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의 가치를 빼는 ‘노선 갈등’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반(反)박근혜’ 세력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비대위의 문제점을 공격할 경우 여권 내 파열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친이계 의원은 “박 위원장이 본인의 대선 행보에 당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운영해서는 곤란하다.”며 박 위원장의 ‘쇄신 드라이브’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돈봉투 파문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지만 공천 논의와 함께 물갈이 작업이 본격화될 경우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장세훈·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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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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