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재벌 오명’ 한나라, 재벌개혁 나서나

‘친재벌 오명’ 한나라, 재벌개혁 나서나

입력 2012-01-27 00:00
수정 2012-01-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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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경제민주화 조항’ 與정책 전면에

한나라당이 27일 헌법에 규정된 ‘경제 민주화’를 당 정책 전면에 내세우면서 고강도 재벌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재벌의 무차별적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ㆍ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할 경우 ‘친재벌 정당’, ‘서민 무시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집권여당은 그동안 ‘기업ㆍ시장 프렌들리’에 방점을 찍어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이는 빵집, 떡볶이ㆍ순대가게 등 서민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골목상권’까지 대기업이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4ㆍ11 총선을 앞두고 재벌기업의 과도한 행태를 둘러싼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횡포에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이 번번이 손해를 감수해왔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줄기차게 외쳐온 ‘대ㆍ중소기업 상생발전’ 구호도 무색해진 상황이다.

결국 대기업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6일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후 삼성과 LG 등 주요 그룹사들은 곧바로 제빵ㆍ커피사업 등에서 철수했으나, 대기업의 ‘과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없이는 ‘재벌의 탐욕’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탐욕적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월가 점령 운동’이 번지는 등 새 시장경제 체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자유시장경제’를 가치로 내건 한나라당으로서 이를 도외시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이 ‘경제 민주화’를 전면에 내건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는 지난 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을 입안한 김종인 비대위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비대위원은 줄곧 “재벌은 항상 탐욕에 차 있는 사람들”이라며 재벌개혁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당 비대위 정책쇄신분과위 권영진 의원은 “재벌들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ㆍ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경제 민주화 실현’을 담은 정강ㆍ정책 개정안이 의결되는 대로 본격적인 재벌개혁을 위한 정책 마련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4ㆍ11 총선 경쟁자인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여야 간 불꽃튀는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미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안을 비롯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 제도 전면 혁신 등에 대한 정책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최근 “출총제 폐지가 대기업의 사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출총제 쪽을 보완할 수 있도 있고, 공정거래법을 보완ㆍ강화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기업집단이 스스로 자신들의 환부에 칼을 들이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수록 대기업 집단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제도와 조치,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재벌개혁의 칼’을 꺼내 들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옥임 의원은 분식ㆍ제빵ㆍ세탁 등 소상공인들이 주로 영위하는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다만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 민주화를 ‘분배 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한나라당은 재벌을 비롯한 거대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질서와 중소기업ㆍ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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