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율 상승 속 ‘정치적 존재감 확보’ 염두 둔듯재단이사장에 평민당 부총재 지낸 박영숙 영입 ‘눈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에 한 발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현실 정치와 관련한 안 원장의 발언 추이 속에 이 같은 맥락이 엿보인다는 인식이 정치권에 강하다.안 원장이 정치 관련 발언을 직접적으로 한 것은 지난달 8일이 처음이다. 그는 미국으로 출장을 떠나면서 정치ㆍ사회적 기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안 원장은 같은 달 21일 귀국 시 “(여야가) 소임을 다하면 저 같은 사람까지 정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다소 입장이 후퇴했다.
이후 안 원장은 6일 안철수재단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 중”이라며 “정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해 정치 참여의 가능성을 다시 넓혔다.
안 원장이 사회적 기여 방법을 모색해온 부분은 책과 강연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인데다 발언 자체가 애매모호하지만, 최근 정치권 변화와 안 원장의 지지율 변동과 연관돼 정치적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은 안 원장의 행보에 대해 최근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치’ 바람이 불자 안 원장이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 개혁의 전면에 나서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부산ㆍ경남(PK) 지역에서 출사표를 던져 전면에 부상하자, 안 원장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에 안 원장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과 정치 변화의 기대 속에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을 일으킨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재단의 이사장으로 박영숙 재단법인 ‘살림이’ 이사장이 선임된 것도 안 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박 이사장은 야권의 정치 원로로 1980년대 평화민주당 부총재를 지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총선을 앞둔 여야구도에서 정권 심판론 정서만 표출되는 모양새로는 정치변화에 대한 열망이 떨어지거나 소멸할 수 있다”면서 “총선 이후 대권주자로서 비중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메시지 전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지율로도 나타난다. 안 원장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문 상임고문에게 역전당했다.
현 단계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소극적인 발언 이후 전통적인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문 상임고문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리얼미터의 2월 첫째 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상임고문의 지지율은 19.3%로 전주 17.4%보다 1.9% 포인트 상승한 반면, 안 원장은 21.2%로 2.0% 포인트 하락했다.
문 상임고문은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처음으로 44.9% 대 44.4%로 오차 범위 내에서 처음으로 앞섰다.
안 원장과 박 비대위원장간의 대결에서는 51.5% 대 40.0%로 여전히 안 원장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격차는 11.5% 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6%포인트였다.
앞으로도 안 원장은 다소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정치적 발언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실장은 “안 원장이 최근 발언으로 대권주자로서의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다”면서 “다만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을 본인이 잘 알고 있고, 결심을 굳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계선상의 행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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