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위주 배급·지원…非평양엔 ‘자력갱생’ 강요 당국 ‘선택과 집중’에 격차 갈수록 심화
북한의 사회경제정책 추진방식이 1990년대 이후 확대된 ‘사회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경제난 속에서 당국은 각종 지원을 평양과 주요 시설에만 집중하고 평양 등 주요 도시 이외 지역이나 관심권 밖의 시설에는 사실상 자력갱생을 강요함으로써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평양시 위주의 시혜정책이 지역간 생활수준 격차를 더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수석연구원은 작년 북한 언론에 나타난 지역간 정책지원을 조사한 결과, 주민의 여가시설 건설 지원은 평양 8건, 기타 지역 2건, 경공업 제품 증산을 위한 공장 지원의 경우에는 평양 11건, 기타 지역 6건 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식량배급에서도 평양과 비(非)평양 지역간의 차이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작년 10월 이후 북한의 1인당 식량배급량이 꾸준히 늘어 올 1월에는 1인당 1일 기준 395g의 식량을 배급했다고 밝혔지만, 국내 대북지원 단체들은 평양 이외 지역에서는 식량배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한다.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은 작년 12월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벌어지고 먹고 살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지방의 분위기가 험악하다”고 전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이 지칭하는 공화국이 ‘평양공화국’과 ‘지방공화국’으로, 그 속에 사는 인민도 ‘배급제 계급(특권층)과 ‘자력갱생 계급’으로 완전히 갈라졌다”고 알렸다.
북한사회는 1990년대의 경제난으로 배급제를 비롯한 계획경제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자생적 시장화’가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고, 그 결과 지역간, 계층간 소득 및 생활수준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북한이 올해 강성대국의 문을 열기 위해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이 자원이 전략적 ‘선택과 집중’ 방식을 통해 분배·투자되고 있어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격월간지 ‘민족화해’(2012. 01-02)에 기고한 글에서 “평양과 지방의 격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로 인한 사회의 양극화는 10%를 위해 90%를 희생시키는 현상”이라며 “2012년 강성대국 문을 열기 위한 사업으로 그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북한은 경제난 이후 평양을 비롯한 주요 도시와 기간산업의 공장을 선택해 집중 지원하고 그 이외 지역과 공장 등은 스스로 알아서 생존할 것을 강요해 왔다”며 “여기에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가 사회자원 배분의 왜곡을 더욱 부추겨 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이후 그 공장이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잘 수행해 주어진 계획을 초과달성했다고 선전하고, 그 공장을 모범으로 앞세워 모든 공장·기업소가 따라 배울 것을 독려한다.
하지만 북한 경제 시스템상 최고지도자의 지도와 지시는 우선과제여서 한정된 자원을 집중적으로 해당 공장에 분배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분야 및 공장·기업소에는 자원의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이 교수는 “북한이 이런 정책을 통해 올해 평양을 중심으로 외형상 주민들의 경제사정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으나 점차 커지고 있는 지역간, 주민간 소득 및 생활수준 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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