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윤보선 대통령 재임중 박정희 재건의장 ‘대통령’ 서명

1962년 윤보선 대통령 재임중 박정희 재건의장 ‘대통령’ 서명

입력 2012-02-24 00:00
수정 2012-02-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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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국가기록원서 ‘한국 미곡창고 감찰보고’ 단독 입수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3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전에 이미 대통령 결재란에 직접 서명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는 윤 전 대통령 사임 전에도 이미 박 전 의장이 국가 행정체계를 무시한 채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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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세력’ 성격 규명할 중요사료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을 계기로 그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가운데 나온 이 문서에 대해 전문가들은 ‘5·16 세력’의 성격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사적 사료로서 그 가치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23일 서울신문이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단독입수한 ‘한국 미곡창고 감찰보고’에 따르면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 의장은 1962년 3월 7일 대통령 서명란에 ‘박정희’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대통령은 명백하게 윤 전 대통령이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그 해 3월 23일 사임했고 국가재건최고회의는 곧바로 박 전 의장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추대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17일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전문가들 “명백한 월권 행위”

이 문서는 1962년 감찰위원회(현 감사원)가 작성한 것으로 320쪽이 넘는 방대한 감사결과를 담고 있다. 현재 국가기록원 성남 서고에 보관돼 있다. 피감기관인 한국미곡창고주식회사는 비료공급, 양곡수집과 배급, 소금전매를 담당하던 국영기업이었다. 자금력이 막강해서 정치권 자금줄 노릇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료에 대해 “쿠데타로 등장한 군사정권이 기존 세력을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료”라고 입을 모았다. 기록학 전문가인 조영삼 한신대 국사학과 초빙교수는 “이 문서는 버젓이 존재하는 대통령을 두고 쿠데타로 등장한 박 전 대통령이 행정체계를 무시한 채 권한을 행사한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2-02-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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