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고문’ 한중 외교갈등 장기화

‘김영환 고문’ 한중 외교갈등 장기화

입력 2012-08-04 00:00
수정 2012-08-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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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문 부인 중국 입장 수용못해”..문제제기 지속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 고문 파문으로 한ㆍ중 외교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계속 고문 사실을 부인하고 우리 정부는 재조사를 반복 촉구하며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서 구금 당시 전기고문과 구타를 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거듭 부인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5일 “김영환씨의 진술은 매우 생생한 반면 중국 측은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부인하는 것을 우리가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 고위급 방문과 양국 간 회담 등이 있을 때마다 이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면서 지속적으로 중국에 이 문제를 제기할 방침임을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은 지난 3일 장밍 중국 외교부 영사담당 부부장 대리와 이규형 주중대사간 면담 자리에서 김씨 고문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우리 정부가 김씨의 귀국 후인 지난달 23일 천하이(陳海) 주한 중국대사 대리를 불러 재조사를 촉구한 이후 나온 중국의 첫 공식 반응이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의 태도를 바꾸게 할 ‘결정타’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로서는 김씨가 유엔 및 다자 차원에서 개인진정 제도를 활용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과 중국 내 수감자 전원에 대한 영사 면담을 실시하는 것 외에는 추가 대책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외교 당국은 정부 차원에서 김씨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나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선 ICC가 다루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는 광범위하거나 체계적인 경우에 국한되기 때문에 김영환씨 사건처럼 독립적인 사례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중국은 ‘ICC에 관한 로마 규정’의 가입국이 아니어서 제소가 힘든 상황이다.

중국이 가입한 ICJ에 제소를 하려 해도 명확한 고문 증거가 있어야 한다. 더욱이 중국은 ICJ의 강제관할권(강제재판권)은 수락하지 않고 있다.

대중(對中)관계에 정통한 한 전직 외교관은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민사회와 인권단체가 유엔 인권이사회나 국제 인권회의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국제문제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외교가 안팎에서는 제2, 제3의 김영환 사건을 막는데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 문제가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고 그냥 덮기보다는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면서 “한국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매우 중시하는 국가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또 “여기에 더해 한중 영사협정처럼 영사 면접 등에 관한 절차를 제도화시켜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라면서 “이번 사안이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중국 내 한국인 수감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를 바꾸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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