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투표 시비’ 앙금…문재인-김두관 외면
28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지역순회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2837표로 45.8%를 차지, 1위에 올랐다. 앞서 문 후보는 제주와 울산에서 열린 두 차례 지역순회 경선에 이어 초반 3연승을 달렸다. ‘문재인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다. 강원도를 ‘제2의 고향’이라 부르며 추격을 노렸던 손학규 후보는 2328표(37.6%)로 2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28일 강원 원주시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강원지역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세균(오른쪽부터), 김두관, 손학규, 문재인 후보가 나란히 앉아 이해찬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원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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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원 경선은 민주당이 모바일투표 공정성 논란을 가까스로 봉합한 뒤 열린 첫 경선이었다. 당 지도부와 선관위, 각 후보들 모두 경선 파행으로 인한 후유증 탓에 어수선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행사 시작 전 문 후보와 김두관 후보가 행사장 안에서 자리에 앉기 전 마주쳤으나, 악수도 하지 않고 외면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울산 경선 파행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해찬 대표와 임채정 선거관리위원장의 표정도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임 위원장은 “당에서 오늘 행사를 연기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울산에서 사정상 후보자들이 유권자들과 동지들을 만나지 못했다. 오늘도 날씨 때문에 연기된다면 후보자들이 유권자들과 교감하고 소통할 기회가 너무 멀어진다는 염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형제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한다. 네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마침내 하나가 되서 정권교체를 해내고 말 것”이라고 했으나, 별 호응은 없었다.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문 후보는 파행 후유증을 봉합하는 데 주력했다. 문 후보는 “이번 민주당 경선은 네 명 가운데 한 명을 고르는 게 아니다. 네 명의 힘을 하나로 모아서, 백배 천배 힘을 키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가 부족해 이명박 정부에게 정권 넘겨준 것, 정말 뼈아프고 송구스럽다.”면서 “실패의 경험, 좌절의 경험이 있기에 민주정부 10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반면 비문(非文) 후보들은 모바일투표 공정성이 완전히 봉합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후보는 연설에서 “불공정·비상식적인 경선을 바로잡기 위해 경선을 잠시 중단했다.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서 “모바일 선거가 문제가 되고 있다. 1만 3000명이 불참한 것으로 됐다. 1, 2, 3번만 듣고 찍으면 참정권을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객석에서는 “600표 나왔어요. 사실을 말해야지.”라는 반응도 나왔다.
손학규 후보는 이번 경선의 불공정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손 후보는 “한 동지로부터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을 받았다.”면서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제가 드리려는 말을 여러분은 알 것이다.”고 말했다. 정세균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며 정책 제시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황비웅·원주 이영준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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