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제없는 대화요구에 中동조…한미 “대화위한 대화 안돼”내주 후반 한미·한중 외교장관 회담…정부, 北태도변화 재압박
북한 비핵화 대화 재개 문제를 놓고 남·북·미·중의 움직임이 다시 긴밀해지고 있다.북한의 대화 공세에 중국이 동조하는 가운데 학술회의 및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반도문제 핵심관련국인 4자가 연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북한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의 북핵 협상라인은 지난 18일 중국 외교부가 주최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에 총출동해 대화 공세를 펼쳤다.
김 제1부상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유훈이고 공화국의 정책적 목표”라면서 “대화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전제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토론할 수 있다”면서 회담 재개를 요구했다.
김 제1부상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등 중국 측 외교라인 고위인사들과 별도로 접촉하고 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북한의 공세에 대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왕이 부장)면서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만나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미측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를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성의와 신뢰성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북한의 전제조건 없는 비핵화 대화 요구에 대해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면서 “북한 말대로 비핵화가 유훈이라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들고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총회 기조연설(27일)차 22일 출국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내주 후반 케리 장관 및 왕이 부장과 별도 회담을 하고 북핵문제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태도변화를 다시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중국의 추가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가능할 수 있는 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본입장에서 미국, 중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중간 4각 연쇄접촉에서도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한 한미 및 북중간 근본적 입장차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당분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핵화 대화와는 다른 사안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하는 등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비핵화 대화 관련 움직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 등의 이유로 북한이 비핵화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전된 입장을 내놓는다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은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지를 미국과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도출할 자신이 있다”(왕이 부장)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양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와 관련해 중국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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