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때 국회존중차원 약속…당선후 국회 방문은 5번째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매년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대독 없이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미국 대통령의 연례 신년연설(The State of the Union)처럼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행정수반이 국회를 정례적으로 방문, 국정 비전을 설명하고 의회의 협력과 도움을 요청하는 관행이 정착될 가능성을 예고해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저는 국회를 존중하기 위하여 앞으로 매년 정기국회 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며 의원 여러분들의 협조를 구하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시정연설을 직접하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당시의 약속이기도 하다. 아울러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를 자주 만나고 직접 국회를 찾아 정책협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박 대통령 당선 이래 이날까지 직접 국회를 찾은게 11개월새 5차례인 점을 감안하면 대선 당시 약속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31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여의도 정치’와의 소통에 첫 물꼬를 텄고, 북핵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월7일에도 국회를 방문해 여야 지도부와 머리를 맞댔다.
이어 2월25일 취임식, 지난 9월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위해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두차례 국회를 찾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5년간 5선 국회의원을 한 의회주의자로서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민의의 전당’이라는 부분을 확실하고 철저히 존중하는 입장”이라며 박 대통령의 ‘국회 존중’을 강조했다.
실제 이날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 지 9개월만에 민의의 전당인 이곳에서 시정연설을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곳은 제가 15년 동안 의정활동을 하면서 때로는 야당의 입장에서, 때로는 여당의 위치에서 고뇌하고 노력했던 곳이기에 깊은 감회를 느낀다”며 국회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정기국회 직접 시정연설 연례화가 제대로 지켜질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정기국회 시정연설을 직접 한 사례는 모두 임기 첫해에만 국한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임기 4년간은 정치권과의 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직접 국회를 찾지 않았고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했다.
이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정기국회 기간 국회를 찾아 직접 시정연설을 한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1988년), 노무현 전 대통령(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2008년)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로 기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