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개발, 예산·기술확보 어려워 불투명

한국형 전투기 개발, 예산·기술확보 어려워 불투명

입력 2013-11-21 00:00
수정 2013-11-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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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내년 체계개발” vs 연구업체 “현시점서 타당성 미흡”

국방부가 내년부터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사업) 개발을 위한 체계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수조 원대의 개발비와 핵심기술 확보 등이 쉽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차기전투기(F-X)로 F-35A를 수의계약 형태로 직구매하는 방안이 유력한 상황이어서 KF-X 사업을 더욱 꼬이게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내년 초에 F-X 기종이 최정 선정되면 11월부터 KF-X 체계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해 청와대와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국제 컨소시엄 형식으로 추진되는 KF-X 사업에는 현재 수송기 생산 강국인 인도네시아만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월 인도네시아와 KF-X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한 국방부는 내년 상반기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F-X 사업은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합참은 이듬해 11월 공군 주력기인 KF-16보다 약간 상위급의 전투기 120여 대를 개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하지만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으면서 군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졌다.

당시 KDI는 개발비에 10조3천억∼10조9천억 원이 소요되며 대당 양산 단가는 704억 원에 달한다는 추산과 함께 개발비용 대비 산업 및 기술 파급 효과가 미약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다 2009년 방위사업청이 건국대에 사업타당성 분석을 의뢰한 결과 경제적 타당성을 갖췄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업 추진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건국대는 KF-X 개발비를 5조600억 원으로, 양산 단가를 502억 원으로 각각 추정했다. 더욱이 KF-X 국내 연구 개발시 F-18급 이상 전투기를 직구매할 때보다 2조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30년(연평균 200시간 기준)을 사용할 경우 유지비 측면에서 9조원 가량의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방사청은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작년 1월 F-X사업과 KF-X 사업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F-X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F-X 사업을 통해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때문에 F-X 기종 선정을 위한 평가기준(가중치) 중 경제·기술적 편익을 18.41%로 높게 잡았다. 다른 항목 가중치는 획득비 15%, 운영유지비 15%, 임무수행능력 33.61%, 군 운용적합성 17.98% 등이다.

그러나 현재 F-X사업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 여부도 불투명해 진 상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방사청의 요청으로 수행해 이번 주 국방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문제점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ISTEP은 “F-X 사업의 재검토 결정 때문에 KF-X 사업의 국외 기술협력업체가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타당성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KISTEP은 군 요구성능 미충족과 전력화 시기 지연, 비용의 불확실성, 국제공동개발 불확실성 등을 주요 평가 근거로 제시했다.

가장 최신 보고서인 KISTEP의 용역연구 결과는 결론적으로 F-X사업을 통해 핵심기술을 이전받지 못하거나 개발비용의 조달이 어려우면 KF-X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KF-X 개발 비용은 9조3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를 ‘2015∼2019 국방중기계획’으로 반영하고 관련기관 협의를 통해 예산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텔스기 60대를 모두 구매하도록 F-X 총사업비(8조3천억원)를 증액하는 방안이 예산부처에서 번번이 좌절된 경험으로 미뤄보면 9조원이 넘는 예산을 조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F-35A를 미국 정부 보증판매방식(FMS)으로 직구매할 경우 핵심기술을 이전받기가 어렵다는 것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F-35A를 전략무기로 취급해 기술 이전을 꺼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F-X 사업에 뛰어든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 유로파이터 40대를 구매하면 한국에 생산라인을 이전하고 KF-X 사업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한 제안을 방사청과 국방부, 공군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KF-X 사업은 F-X 사업과 연계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다”면서 “미래 국내 항공 및 우주산업을 견인하고, 개발되는 전투기의 국외 수출까지 가능할 수 있어 현정부 ‘창조경제’ 콘셉트에도 맞는 KF-X 사업의 정상 추진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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