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헌안’ 꺼낸 문 대통령, 국회에 개헌논의 가속화 압박

‘정부 개헌안’ 꺼낸 문 대통령, 국회에 개헌논의 가속화 압박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2-05 16:19
업데이트 2018-02-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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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아직도 국회에서 구체적 진전 없어 안타까워”

문재인 대통령이 5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에 정부 개헌안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국회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개헌 논의에 나서도록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당과 후보들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자는 공약을 내세웠으나, 대선 이후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는 개헌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 등을 놓고 공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 개헌안이 마련된다면 국회의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 개헌안 마련을 주문한 배경에는 그간 국회의 개헌 논의가 구체적인 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려면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2월 말 정도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개헌특위 논의가 2월 정도에 합의돼서 3월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국회 쪽 논의를 더 지켜보며 기다릴 것이나,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최근 각 당이 개헌 의지를 밝히며 당론을 모으고 여·야가 협의를 시작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나, 아직도 원칙과 방향만 있고 구체적 진전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문 대통령은 국회 합의로 개헌이 추진되는 것이 최선이나, 현재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이달 안으로 국회에서 개헌의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개헌 논의를 국회에만 맡겨뒀다가 지방선거라는 호기를 놓칠 경우 다시 개헌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 개헌안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정부 개헌안은 지방분권 확대가 골간이 되고 기본권 중 여·야간 이견이 없는 부분이 추가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시·도지사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분권 확대를 위한 개헌은 여·야 정치권 사이에서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지방분권을 중심으로 한 다음 여·야간 합의된 과제를 모아서 개헌한다면 크게 정쟁화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최소분모를 찾아내야 하는데 최소분모 속에 지방분권과 국민 기본권 확대는 당연히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합의를 이룰 수 없다면 이 부분은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야권도 반대할 명분이 거의 없는 지방분권과 합의 가능한 일부 기본권을 중심으로 1차 개헌을 하고, 권력구조 등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부분은 추후 더 논의해 2차 개헌을 하는 ‘단계적 개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정부 개헌안 마련 작업을 주도할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도 지난해 12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치분권과 기본권은 합의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합의되는 데까지 1차적으로 (개헌을) 하고, 정부형태 같은 문제는 선거제도 문제도 있으니까 나중으로 미루든가 하는 2차 개헌도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권력구조 개헌 방안과 관련해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정부 개헌안에 권력구조 개편 관련 내용을 포함될지, 포함한다면 여당과 마찬가지로 4년 중임제를 채택할지를 두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개헌의 내용보다도 과정을 먼저 언급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개헌이어야 한다”며 “과정과 내용에서 국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최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가상화폐·영유아 영어교육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지적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방선거까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아 정부 개헌안을 마련할 시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나, 국민의 목소리를 꼼꼼히 반영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당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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