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안보태세도 두동강 났다

軍 안보태세도 두동강 났다

입력 2010-06-11 00:00
업데이트 2010-06-1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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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대응·허위보고·자료조작 ‘총체적 구멍’

북한 장산곶이 지척인 최전선에서 벌어진 천안함 칠몰사고였지만 우리 군(軍)의 안보태세는 허점투성이였다.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한 3월26일 9시22분 전후 군의 대응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10일 감사원의 천안함 사태 중간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군의 대북 대응태세는 한심 그 자체였다. 안이한 대응이 천안함 침몰을 방조했고, 허위보고가 군과 국민의 눈까지 흐리게 했다. 군령권자인 이상의 합참의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지휘 라인을 이탈해 있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전투예방·준비태세 및 상황보고·전파, 위기대응 조치, 군사기밀 관리 등에서 군의 ‘총체적 부실’을 꼬집었다. 이 의장을 비롯, 장군급 13명과 영관급 10명 등 현역 군인 23명, 국방부 고위 공무원 2명 등 군 주요 지휘부 25명에 대한 징계 요구와 함께다.

●3월26일 이전, 우리 군은 무방비였다

군의 대비태세부터 엉망이었다.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합참과 해군은 잇따라 전술토의를 가졌다. 대승에 이은 보복전에 대비하자는 취지였다. ‘서북 해역에서 북 잠수정에 의한 도발 가능성’도 예측해 냈다. 2함대사령부는 천안함 침몰 며칠 전 북한 잠수정의 특이동향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감사원은 대잠 능력이 부족한 천안함을 백령도 근해에 배치한 것 자체를 ‘부적정 조치’로 지적했다.

●3월26일 당일, 군은 잠들어 있었다

군은 일격을 당하고도 우왕좌왕 소란만 떨었다. 보고 누락에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3월26일 오후 9시28분 해군 2함대사령부는 다급한 보고를 받았다. 천안함의 침몰 사건 보고였다. 해군은 머뭇거렸다. 합참에 보고하는 데까지 17분이 걸렸다. 2함대는 곧이어 9시53분 ‘어뢰 피격’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상부보고는 없었다. 그 사이 합참 지휘통제실은 사고 원인을 몰라 갈팡질팡했다. 어뢰를 쏜 미상의 공격 주체가 유유히 도망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사정은 합참도 다르지 않았다. 해군에서 17분 지연된 보고는 합참의장 귀에 들어가기까지 26분이 더 걸렸다. 국방장관은 이보다 3분 늦게 들었다. 이마저도 조작된 보고였다. 합참은 김태영 국방장관에게 사건 발생 시각을 ‘9시45분’이라고 보고했고, 폭발음 등 외부 공격 정황은 아예 보고에서 뺐다. 게다가 사건 당일 음주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함참의장은 다음날(3월27일)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을 때 지휘통제실을 지켜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3월26일 이후, 군은 해명에만 급급했다

군은 도처에서 드러난 안보 구멍을 가리는 데만 급급했다. 진상 규명보다 구명이 먼저였던 셈이다. 그런 탓에 갖가지 의혹만 자초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해병 초병이 찍은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을 큰 수확인 양 공개했다. 전체 분량이라고 해놓곤 편집본을 내놓았다.

그것도 최초 사건 발생시간이라고 둘러댄 당일 9시30분에 맞춰진 영상이었다. 하지만 계속 쏟아지는 의문과 의혹에 못 이겨 9시30분 이전 영상을 털어놔야 했다. 감사원은 “9시30분 이전 동영상이 나가면 사건 발생 시간이 틀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추정했다. 군은 또 해명에 급급한 나머지 보안은 뒷전으로 내팽겨쳤다. 합참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함정 간 호출부호가 해명과 보도자료 형식으로 줄줄이 샜다. 군 관계자는 “너무 많은 기밀이 유출돼 북한 입장에선 이게 진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동구·홍성규·남상헌기자 yidonggu@seoul.co.kr

2010-06-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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