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보력 다시 도마 위에

대북 정보력 다시 도마 위에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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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때도 北측 발표후에야 상황 파악”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정부 당국의 대북 정보력에 대한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은 한반도 정세를 뿌리째 흔드는 매머드급 충격이다. 이런 중대한 정보를 북한 당국이 19일 낮 12시 발표를 통해 발표하기 전까지 우리 정보 당국은 물론 외교ㆍ안보 라인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정보 당국은 북한 매체가 이날 오전 10시 “낮 12시에 특별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예고 방송을 한 이후에야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날 오전까지 국정 최고 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이날 예년처럼 이 대통령의 만 71세 생일을 축하하는 조촐한 행사를 갖기도 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김성환 외교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류우익 통일부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수장들도 북한의 발표 직전 또는 직후에야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안보라인의 수장들이 이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북한의 발표 전에 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보고됐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북 정보력 부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통해 중국을 전격 방문했을 당시 열차에 탑승한 인물이 김 위원장인지,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지를 제때 파악하지 못해 큰 혼선이 빚어졌었다.

지난해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에는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했음에도 ‘설마’하는 안일한 정보판단으로 천안함 폭침 7개월 만에 6ㆍ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영토가 포격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었다.

1994년 7월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정부 당국은 사전 포착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시 북한은 사망 이튿날인 7월9일 특별방송을 통해 김 주석의 사망을 알렸다.

하지만 당시는 사망한 지 만 하루 뒤였고, 이번 김정일 위원장 사망은 무려 만 이틀이 넘도록 어떤 정보도 입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특히 북한측 발표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인 17일 오전 8시30분에서 4시간여가 지난 시간인 당일 낮 12시40분께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서울 성남공항을 떠났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 공백 시점에 우리 최고지도자도 국내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보력 부재의 한 원인으로 현 정부 들어 꽉 막힌 남북관계의 부작용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과 교류ㆍ협력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검증해야 하는데 남북관계 경색으로 정보채널의 한쪽이 막혔다는 것이다.

탈북자를 통한 증언이나 대북 도ㆍ감청, 중국을 통한 정보 협조 등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보력 부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며 “현재와 같은 남북 간 대립과 대결이 지속되면 대북 정보력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최고 지도자의 신변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북측이 엄청난 정보통제를 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대북 정보력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적 불가피성을 언급하는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한 전문가는 “김일성 주석 사망 시에도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면서 “최고 권력자 신변 관련 사항을 파악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현실적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정보당국자도 “최고 지도부의 내부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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