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에게 ‘거짓말쟁이’ 폭언한 김계관 “심장터져 죽을 것 같아 그랬다” 변명

힐에게 ‘거짓말쟁이’ 폭언한 김계관 “심장터져 죽을 것 같아 그랬다” 변명

입력 2011-07-29 00:00
업데이트 2011-07-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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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자회담 비화

“당신은 거짓말쟁이다.”(김계관)

“뭐 거짓말쟁이라고? 미국 대표인 나한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크리스토퍼 힐)

2008년 12월 베이징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의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험악한 설전을 벌인 것으로 뉴욕 북·미회담을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뒤늦게 밝혀졌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충돌은 두 달 전인 2008년 10월 평양에서 힐과 김계관이 한 ‘과학적 방법으로 핵 사찰을 한다.’는 합의의 진실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힐은 과학적 방법에 시료 채취가 포함된다고 해석했고, 김계관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누구 말이 맞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시료 채취는 핵 능력을 정확히 산출해 낼 수 있는 방법이어서 북한이 극구 꺼리는 것이다. 12월 6자회담 석상에서 힐이 “당신이 시료 채취가 과학적 방법에 포함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김계관은 “내가 언제 그랬느냐.”면서 “당신은 거짓말쟁이”라고 했다. 그 말을 옆에 앉은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이 “유아 라잉(You are lying).”이라고 통역하자 힐은 “라잉(Lying)?”이라면서 발끈했고 격한 말싸움이 오갔다.

회의는 정회됐고 화가 난 힐은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에게 다가가 “미국 대표인 나한테 거짓말한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회의에서 막말해도 되는 거냐.”라고 따졌다. 김숙 한국 수석대표는 김계관에게 “미국사람한테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엄청난 모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계관은 “난들 그런 얘기 하고 싶어 했겠느냐. 내가 심장이 약한 사람이다. 힐이 자기 멋대로 해석하는데 내가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아서 순전히 내 육체적 방어를 위해 그런 말을 했다.”고 변명하더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김계관은 실권이 별로 없어 나중에 상부의 명령에 따라 말을 바꾸는가 하면 회담장에서도 자기 대표단의 감시를 의식해 과도하게 격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6자회담은 북한이 12월 회담에서 검증의정서 초안에 합의할 수 없다고 회의장을 나가면서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7-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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