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 수행중이던 불자들 말도 못하고…

묵언 수행중이던 불자들 말도 못하고…

입력 2010-03-11 00:00
업데이트 2010-03-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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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 소리와 함께 열반에 든 법정스님

11일 오후 1시52분부터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는 맑고 웅장한 범종 소리가 1시간 동안 100여 차례 울려 퍼졌다.

 1997년 길상사를 개원한 법정스님의 입적을 알리는 뜻으로 행자 스님이 치는 종소리였다.

 별다른 수의도 없이 늘 입던 승복을 입은 채로 입적한 법정 스님은 평소 길상사에 들를 때마다 거처하며 차를 끓여 마시던 행지실에서 입적했다.평소 스님과 가까이 지내던 류시화 시인도 함께 한 자리였다.

 법정스님은 자신이 개원한 절이지만 한 번도 잠을 청한 적이 없던 길상사에서 이승에서의 마지막을 맞았다.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각지에서 불자들이 몰려들었다.오후 4시 현재 스님들과 길상사 신도들은 행지실(行持室)에 들어가 입적한 법정스님의 얼굴을 보고 삼배(三拜)를 하는 중이다.주지스님인 덕현스님은 행지실 앞에서 신도들을 안내하고 있다.

 신도들은 또 행지실 앞마당에 세 줄로 깔린 돗자리에서 법전을 펴든 채 무릎을 꿇고 절과 기도를 하고 있다.더러는 행지실 근처까지 고개를 숙이며 기도를 하기도 하고,가슴을 치고 통곡을 하는 신도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상당수 불자는 목에 ‘묵언’이라는 명찰을 달고 묵언 수행 중이라 스님의 입적에 대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 신도는 절을 찾아오는 불자와 취재진에게 안내를 자청해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불자는 “어젯밤 꿈이 좋지 않아 아침부터 10시 기도를 하러 달려왔다”며 “법정스님은 내 삶의 길잡이였고,가장 존경하는 스님이었는데 이제 그분의 법문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불자는 “류시화 시인이 행지실에서 눈을 감고 나오는 것을 보고 스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짐작했다”고 말했다.

 입적 소식을 듣고 길상사를 찾은 도예가 김기철(78)씨는 “단 1년이라도 더 살아계셨으면 하고 기적을 기원했는데…”라며 “도자기를 하는 정신과 형태를 모두 지도해주셨는데,때때로 집에 찾아오셔서 점심을 함께했던 일이 생각난다”고 추억했다.

 현재 길상사에서는 주지스님인 덕현스님과 이전 주지인 덕조스님,총무인 정림스님 등 15명이 장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길상사는 설법 전에 스님들을 위한 실내 분향소를,극락전 앞에는 불자와 시민을 위한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며,인터넷 추모사이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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