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떠나는 스님 보며 울음 “추우시겠다”

길상사 떠나는 스님 보며 울음 “추우시겠다”

입력 2010-03-12 00:00
업데이트 2010-03-1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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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석가모니불...”

 12일 오전 11시 22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행지실 앞.행지실 쪽에서 목탁 소리와 요령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합장한 채 “나무아미타불”,“석가모니불”을 염송하는 신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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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법정스님, 슬픈 신도들  법정스님 법구가 12일 오전 서울 길상사에서 다비식이 열리는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떠나는 법정스님, 슬픈 신도들
법정스님 법구가 12일 오전 서울 길상사에서 다비식이 열리는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법정 스님 마지막 가시는 길…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듯 행지실 주변의 대나무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두 번 거세게 불었다.

 4분 후 위패와 영정을 든 스님들이 차례로 행지실 밖으로 나오고 뒤이어 법정스님의 법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자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시민·불자들의 염불 소리에는 울음소리가 섞여들었다.

 법정스님이 이날 대중에게 보여준 마지막 육신의 모습은 스님이 평소에 말했던 ‘무소유’ 그 자체였다.

 ‘강원도 오두막에서 평소에 사용하던 대나무 평상에 올려서 화장하라’던 스님의 평소 뜻을 받들어 다비준비위원회는 강원도 오두막에서 평상을 가져오려 했지만,눈이 내려 접근이 불가능해지자 똑같은 모양의 평상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누우면 꼭 맞는 좁은 평상 위에 모셔진 법정스님의 법구는 갈색 가사 한 장으로 온몸을 감싼 모습이었다.근사한 관도,꽃 장식도 없었다.

 매서운 봄바람 속에 입던 승복 그대로 가사 한 장을 덮은 법정스님의 마지막 모습에 여성 신도들은 “스님 추우시겠다”고 안타까워하며 흐느꼈다.

 성북동 골짜기 길상사에 이날 모인 인원은 8천여 명.먹구름 낀 하늘 아래 스님의 법구가 극락전을 향하는 걸음걸음마다 땅에 엎드려 절을 하는 시민이 속출했고,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나무아미타불” 소리는 점점 커졌다.

 법정스님의 법구를 멘 스님 10명이 극락전 앞에서 무릎을 세 번 구부렸다 펴 부처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 것을 끝으로,법정스님의 법구는 곧바로 영구차에 모셔졌다.

 많은 시민이 법구가 모셔진 영구차를 어루만지며 울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영구차는 곧바로 길상사 산문을 통과했고,신도들과 인사를 나누는 듯 잠깐 멈춰 섰다가 이날 낮 12시께 곧바로 송광사로 향했다.신도들은 줄지어 큰길까지 영구차를 뒤따랐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송광사에서도 13일 조촐한 다비를 치를 예정이다.다비식에서는 큰스님들의 장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만장도 사용하지 않는다.법정스님은 자신이 창건한 절 길상사를 나서던 모습 그대로 불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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