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94% “동료 우수”… 학생은 60%만 동의
올 1학기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가 교사들 간 ‘제 편 챙기기’ 때문에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교사들끼리 후한 점수를 주는 ‘평가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실효성 없는 제도가 되고, 장기적으로 교육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중앙대 김이경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교원평가제를 시범실시한 전국 3121개교의 교원평가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교원들의 94.1%가 동료 교사들의 수업이 우수하다고 평가했지만 학생들은 고작 60.1%만이 우수 평가를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2008년 교원평가 시범실시 결과에서도 동료 교사들끼리 우수 평가를 내린 비율은 학교급별로 90.8~95.3%나 됐지만 학생들이 우수 평가를 내린 비율은 56.9~75.1%에 불과했다. <서울신문 1월11일자>
김 교수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된 ‘교원능력개발 평가를 위한 토론회’에서 지난해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내용과 함께 교원평가제에 참여한 교원·학부모·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교사들끼리의 제 편 챙기기와 학생·학부모 평가에 감정이나 편견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입증됐다. 실제로 ‘교원평가에 객관적으로 임했는가’라는 질문에 교원의 60.5%, 학생의 79.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교원들 스스로 조사의 객관성이 낮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80%에도 못 미친 학생 평가의 객관성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교사들은 또 학생 만족도 조사 결과에 비해 학부모 만족도 조사 결과에 신경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과정에서 교사의 자기 개선에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설문에 교사들은 동료 교사(50.8%), 학생(41.8%), 교장·교감(3.9%), 학부모(3.5%) 등을 꼽았다. ‘학부모 만족도 조사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는 평가의 객관적 정보와 자료의 불충분(49.4%), 교사 수업에 관계없이 민원제기 수단으로 악용(21.6%), 학부모의 저조한 참여율(15.0%), 학부모의 관심 부족(14.0%) 순으로 답했다.
이처럼 국회에서는 개선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은 시범운영 방식대로 교원평가제를 실시하기로 해 이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교원평가제에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검증됐지만, 학부모 참여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지표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03-13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