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유언 “출판물 더이상 출간말라”

법정스님 유언 “출판물 더이상 출간말라”

입력 2010-03-17 00:00
업데이트 2010-03-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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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향기롭게 “출판사들 스님 책 더이상 출간말기를”

법정스님이 자신의 저서를 절판하라는 뜻을 유언으로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스님의 유언 집행인인 김금선씨는 17일 오후 성북동 길상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산에 대한 유언과 상좌들에게 보내는 유언 등 2010년 2월24자로 서명된 두가지 유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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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49재  법정스님의 49재 초재가 17일 오전 성북동 길상사 극락전에서 봉행됐다. 제사상에 과자와 과일 등이 올려져 있다. 연합뉴스
법정스님 49재
법정스님의 49재 초재가 17일 오전 성북동 길상사 극락전에서 봉행됐다. 제사상에 과자와 과일 등이 올려져 있다.
연합뉴스




 법정스님은 첫 번째 유언에서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에 줘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해 달라.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고 썼다.

 또 상좌들에게 주는 유언에서는 “맏상좌 덕조는 결제중에는 제방선원에서,해제중에서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 부터 맏사형으로 존중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달라”며 제자들의 화합과 수행을 당부했다.

 법정스님의 유언은 이날 낮 1시께 덕조·덕현스님 등 법정스님의 상좌스님들에게 전달됐고,이후 맑고 향기롭게의 긴급 이사회에 전해졌다.

 이날 공개된 유언에 대해 맑고향기롭게 측은 “맑고향기롭게는 법정스님의 열반을 전후해 스님의 책이 품절된 사태에 대해 독자여러분께 미안하게 생각한다.하지만 스님의 유지를 존중하여 그동안 스님의 책을 출판해온 모든 출판사에 스님의 책을 더 이상 출판하지 말아줄 것을 정중히,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스님의 글을 읽고싶은 독자들을 위해 언제든지 스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맑고향기롭게의 이사진은 입적한 법정스님,덕현스님(길상사 주지),현장스님,윤청광씨(방송작가),박수관씨(㈜영창대표),김형균씨(도서출판 동쪽나라대표),이계진의원(한나라당),강정옥씨(주부),변택주씨(사업) 등이다.감사는 변호사 선병주씨,김진곤씨(사업) 등 2명으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맑고향기롭게의 이사이자 아나운서 출신인 이계진 의원은 이날 법정스님의 유언 2가지를 다시 한번 낭독하기도 했다.

 <다음은 유언장 전문>

 ◇남기는 말

 1.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2.내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사단법인 맑고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토록 하여주시기 바랍니다.그러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주십시오.

 3.감사합니다.모두 성불하십시오.

 2010년 2월 24일 법정 속명 박재철

 ◇상좌들 보아라

 1.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보내주면 고맙겠다.모두들 스스로 깨닫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거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내가 떠나더라도 마음 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기 바란다.

 2.덕조는 맏상좌로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결제 중에는 제방선원에서 해제 중에는 불일암에서 10년간 오로지 수행에만 매진한 후 사제들로부터 맏사형으로 존중을 받으면서 사제들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

 3.덕인,덕문,덕현,덕운,덕진과 덕일은 덕조가 맏사형으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도록 수행을 마칠 때까지는 물론,그 후에도 신의와 예의로 서로 존중하고 합심하여 맑고 향기로운 도량을 이루고 수행하기 바란다.

 4.덕진은 머리맡에 남아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하여 주면 고맙겠다.

 5.내가 떠나는 경우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

 2010년 2월 24일 법정 박재철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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