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20년 농사에 빚더미만..”

쌀값 폭락…”20년 농사에 빚더미만..”

입력 2010-05-05 00:00
업데이트 2010-05-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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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대장마을…논농사 줄줄이 포기 활력 잃어

 4일 오전 국내 최대 곡창지대 가운데 한 곳인 전북 김제시 부량면 대평리 대장마을.

 예전 같으면 농민들이 모내기 준비에 바쁘게 움직였지만 왠지 들판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대장마을에서는 못줄을 잡는 우렁한 목소리가 들판에 퍼졌다.

 그런데 쌀농사만 12만평 정도를 짓던 이 마을은 요즘,주민들이 한해 먹을 만큼만 농사를 짓는다.

 쌀값이 폭락했기 때문이다.이 마을 55가구 가운데 전업농으로 벼농사를 짓는 집은 10여 가구에 불과하다.

 쌀값이 계속 하락하면서 3월말 현재 전국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의 평균 쌀 출하가격은 13만9천91원(80㎏ 한 가마 기준)까지 하락했다.

 RPC 출하가격은 2009년산 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지난해 11월 14만2천292원이었으나 12월 14만1천639원,올해 1월 14만855원,2월 14만207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쌀가격이 하락하자 대장마을 농민들은 절망과 분노에 휩싸여 대부분 쌀농사를 포기했고 그나마 벼농사를 계속하고 있는 농가들도 농사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

 4만㎡의 논에서 농사를 짓던 최태민(가명.59)씨는 올해 아예 일손을 놨다.

 농사를 지을수록 남는 것은 빚뿐이었다.올해 농사를 지으려면 영농자금을 빌려야 하지만 마땅한 담보조차 없어 돈 빌리는 것도 포기했다.

 현재 최씨가 진 빚은 모두 8천200만원.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못 갚고 있다.

 최씨는 “쌀농사를 20년 넘도록 지으면서 남은거라고는 엄청난 빚과 이혼의 상처 뿐”이라며 “죽지 못해 농사를 짓고 있다”며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다.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들자 벼농사를 포기한 마을사람들은 아파트 경비일이나 공장을 찾아 인근 전주 쪽으로 나섰다.

 주민 20여명이 전주지역 공장이나 아파트 경비로 생활하고 있다.이들은 아침이면 들녘을 뒤로한 채 아파트나 공장으로 출근한다.

 이곳 농민들은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쌀 재고가 늘면서 가격이 40% 이상 폭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비료와 농업용 면세유,농약 가격은 크게 올라 농민들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4만5천㎡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예순(59.여)씨는 “농사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올해도 벼농사를 짓는다”며 “주민 120여명 중 농사를 짓는 사람은 20명도 안된다”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김병용(49) 대장마을 이장은 “쌀 한 가마를 13만원으로 계산하면 4천㎡ 농사지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50만∼60만원인데 누가 농사를 짓겠느냐”며 “지금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지경”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소속 농민들은 “생산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며 대북 쌀지원 재개와 법제화,농협 통합RPC의 저가미 방출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농 전북도연맹 이효신 사무처장은 “올해 1월 쌀 20㎏ 도매가격은 평균 3만4천200원으로 14년 만에 최저가격으로 떨어졌다”며 “생산비의 절반도 못 미치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에게 쌀값은 목숨줄이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농업은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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