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발사’에 멀어진 우주의 꿈

‘무리한 발사’에 멀어진 우주의 꿈

입력 2010-06-11 00:00
업데이트 2010-06-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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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강국의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분발하겠습니다.”(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

“실망하지 않고 분발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인 나로호 1차 조사위원장)

“결과를 놓고 보면 무리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섣부르게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한나라당 서상기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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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폭발… 10일 오후 5시1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KSLV-I)가 눈부신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치솟아 올랐다(아래). 그러나 나로호는 발사 후 137초 만에 섬광과 함께 폭발(위)하고 말았다. 고흥 사진공동취재단·YTN 중계화면 촬영
발사… 폭발… 10일 오후 5시1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KSLV-I)가 눈부신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치솟아 올랐다(아래). 그러나 나로호는 발사 후 137초 만에 섬광과 함께 폭발(위)하고 말았다.
고흥 사진공동취재단·YTN 중계화면 촬영
10일 나로호 2차 발사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나로호가 5시1분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륙한 뒤 137초만에 폭발, 추락했음에도 희망 일색의 메시지만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값진 실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5025억원을 들인 나로호가 대기권을 벗어나지도 못하고 70㎞ 상공, 발사대로부터 470㎞ 지점의 제주도 남단 공해상에 떨어진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지나치게 안일하고 관대한 평가만을 내놓은 셈이다.

안일한 평가는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도 나왔다. 나로호 발사 실패를 예측한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징후가 발생해 한·러 비행시험위원회와 나로호 관리위원회가 잇따라 열렸지만, 위원회는 약속이라도 한 듯 “발사 진행”이라는 결론만 내놓았다. 이상징후란 7일 있었던 지상관측시스템(GSM) 오작동에 따른 기립 지연, 당초 발사 예정일인 9일 발생한 소화설비 오작동을 이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소한 결함”이라는 발사팀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1~3일 정도 면밀히 점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았다.”며 “무리한 발사를 감행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밀점검보다 발사 강행을 번번이 선택한 한·러간 위원회는 10일 발사가 실패로 끝난 뒤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이 핵심기술을 보유한 러시아 측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러시아가 전체를 책임지는 1단 발사체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화면에 찍혔음에도 2011년으로 예정된 3차 발사를 장담할 수 없는 까닭도 러시아보다 열위에 있는 한국의 과학 입지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당초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2차례 발사를 시도, 러시아측 과실로 실패할 경우 1차례 더 발사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한 발사체 전문가는 “우리는 1단 로켓에서 나오는 시그널이나 잘못된 정보를 받아서 분석할 권리도 갖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가 순순히 1단 로켓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우연 채연석 전 원장은 “페어링 분리 단계에서 실패한 1차 때와 달리 2차 때에는 1단 로켓이 폭발하면서 우리 기술로 만든 2단 분리 이후에 대한 기술력조차 검증하지 못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우주기술 개발 여건이 1년 전보다 더 나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고흥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0-06-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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