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원인의 3차원적 분석

폭발원인의 3차원적 분석

입력 2010-06-11 00:00
업데이트 2010-06-1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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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2차 발사 실패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페어링도 분리되기 전에 발사체 1단부 로켓 연소과정에서 폭발 추락했기 때문에 1단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복잡한 로켓 시스템에서 명확한 원인 규명에는 추락 잔해물도 수거해야 하는 등 상당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폭발 원인에 대한 입체적ㆍ3차원적 분석을 제시해 본다.

◇ 일반론적 분석 = 보통의 경우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나로호 폭발 원인으로 1단 로켓의 연소 이상을 꼽고 있다.

사고 직전 관측된 검은 연기와 나로호가 사고 직전 보내온 섬광이 번쩍하는 영상 등도 1단 엔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윤웅섭 연세대 교수는 “로켓 발사 실패 중 약 56%가 발사체를 밀어올리는 추진부분(1단 로켓) 이상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부)는 “현재로선 1단 로켓의 연소 이상이 폭발원인으로 유력해 보인다”면서 “연소 이상의 원인은 연료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거나 터보 펌프 작동 불량, 불완전 연소 등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특히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로 이동하도록 힘을 가하는 장치인 터보 펌프의 문제가 지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터보펌프로 이동하는 연료 및 산화제는 항상 속도와 양이 일정해야 하는데, 불안정한 현상으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진현상’도 거론된다. 공진현상이란 물체의 고유 주파수에 맞춰 특정한 주파수가 공명하면 물체가 부서지는 것으로 가수의 목소리에 맞춰 유리컵이 깨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항공 전문가들은 로켓 화염 배출구에서는 격렬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다양한 주파수가 발생하는데, 이 주파수에 로켓 연소실이 공진하면 폭발한다고 분석한다.

◇ 특수론적 분석 = 러시아에서 개발한 나로호 1단이 연소되는 구간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어쨌든 이번 실패는 러시아 측에 책임이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히는 분석이다.

특히 액체연료추진 1단 로켓 개발을 전적으로 러시아가 담당해왔다는 사실과 직접 연계되는 부분이다. 1단 엔진은 계약에 따라 한국 기술진이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사용되는 부품ㆍ기술도 모두 러시아제다.

이와 관련해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1차 발사 때 1단 로켓은 잘 올라갔고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페어링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1단 로켓에는 문제가 없다고 다들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 1단 로켓은 러시아가 처음 개발한 로켓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패는 궤도 이탈을 제어하는 장치가 아닌 추진장치의 결함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탱크가 샜든 노즐이 잘못됐든 로켓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러시아 측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라 원인을 알기는 어렵고 현재로서는 블랙박스 같은 것도 없는 만큼 우선 비행 중에 실시간으로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제3의 변수 = 제3의 변수는 이번 나로호 공동개발에 따른 우리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관료적 편의성 및 실적위주’ 그리고 ‘조급증’이 키워드로 포함된다.

당장 우리 정부는 원인 규명과는 어느 정도 무관하게 ‘또 다른 측면의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2차 발사를 실행하기 전 갑자기 불거진 나로호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는 지난 7일 나로호 기립 작업에서 전기적 신호의 불안정이 나타난 것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즉 전기적 신호의 불안정 문제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고 새벽 1시까지 점검을 진행하며 무리하게 발사를 강행했다는 것.

당초 정부는 기립작업이 5시간 가까이 지연되자 발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가 수십 분내 기립 후 점검 작업을 벌이겠다고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항우연은 발사대 현장 관계자들과 자료 분석 작업반의 시차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당초의 나로호 2차 발사일이었던 지난 9일에는 발사대 소화장치 오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화장치 오작동으로 발사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후 충분히 분석, 보완했다며 곧바로 발사를 강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관련 연구원들을 두번이나 밤샘 작업을 시키며 피로를 누적시키는 것은 아닌지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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