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연임 놓고 찬 반 갈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연임 놓고 찬 반 갈려

입력 2010-06-28 00:00
업데이트 2010-06-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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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 후임 총장 선출 작업이 서남표(74) 현 총장의 거취 문제와 연계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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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KAIST 총장
서남표 KAIST 총장
‘개혁전도사’로 통하는 서 총장의 연임에 대해 개혁피로감을 느끼는 일부 학내 및 과학계의 반발이 거센데다,총장을 선출해야 하는 카이스트 이사회 내부에서도 찬.반 입장이 엇갈리면서 후임 총장 인선 작업은 그야말로 안갯속 형국이다.

 ◇카이스트 개혁 이끈 서남표 총장=2006년 7월 취임한 서 총장은 교수의 정년을 보장하는 일명 ‘테뉴어’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학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4년 사이 정년심사를 받은 카이스트 교수 148명 가운데 24%가 탈락,‘철밥통’으로 불렸던 교수사회에 본격적인 경쟁바람이 불어왔다.

 이와 함께 2007년부터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성적부진학생 등록금 징수제도’를 실시했다.이전까지 카이스트의 모든 학생은 무상교육을 받아왔었다.

 또 학부 수업을 100% 영어로 강의하도록 조치했으며,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잠재력과 성공 가능성을 보인 일반계 고교생 150명을 선발하는 등 대학사회에 개혁을 몰고 왔다.

 서 총장의 개혁은 고액의 외부 기부가 몰리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류근철 박사가 한국 기부 사상 최고액인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김병호 서전 농원 대표가 300억원,조천식 옛 은행감독원 부원장이 1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하는 등 기부행렬이 잇따르면서 지난 4년간 외부 기부금이 1천223억원에 이르게 된다.

 이 같은 성과를 반영하듯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 등이 실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KAIST는 2006년 세계 198위에서 지난해에는 69위로 128계단이 상승했다.

 ◇‘일방통행’..소통 부재 지적=하지만 서 총장의 개혁드라이브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학내 교수사회와 학생들이 서 총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는데,비판의 요지는 “소통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교수사회에서는 독단적인 일 처리로 교수들 사기가 저하되는 등 학내 불신이 확산됐고,영어 전용 강의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강의수준이 떨어졌다는 주장 등을 펴고 있다.

 학생들도 교수사회와 마찬가지로 등록금 징수 등의 정책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학부생 1천255명과 대학원생 495명을 대상으로 총장평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학부생의 53.4%,대학원생의 49.5%가 서 총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임에 반대하는 이유로 반대의견 학부생의 65.7%와 대학원생 67.8%가 ‘학생들과의 소통부족’을 들었을 정도로,서 총장의 ‘소통 부재’는 학내에서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또,서 총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온라인전기자동차(OLEV)’나 ‘모바일하버(MH)’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경제성이 없는 사업이라며 비판하는 과학계의 지적도 뺄 수 없다.

 결국,교수협의회가 투표를 거쳐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추천한 후보에서 서 총장은 배제됐다.

 ◇‘과학계 비주류’의 한계=교수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강화,학부 전 과목 100% 영어 강의,성적부진 학생 장학금 미지급 등 서 총장의 대학개혁 업적은 화려하다.

 하지만,많은 업적에도 서 총장의 연임이 진통을 겪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방인’의 개혁 리더십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36년 경북 경주 출생인 서 총장은 서울사대부고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츠추세츠 공대(MIT) 교수로 재직하다 2006년 7월 카이스트 총장에 영입됐기에 국내에는 학맥과 인맥이 없다.

 서 총장에 대한 비판이 과학계의 국내파 대 해외파,경기고 대 비 경기고,서울대 공대 대 카이스트 등 학맥 및 인맥 갈등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9년 국정감사 당시 OLEV사업이 감사위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것과 관련해 카이스트 관계자는 “서울대에서 OLEV 사업을 추진했다면 이처럼 당했을까요.”라는 말을 취재진에게 건네기도 했었다.

 카이스트에서는 지난 2006년 서 총장의 전임이었던 로버트 러플린(노벨물리학상 수상) 총장도 개혁을 지휘하다 교수들의 집단퇴진 압력을 받고 임기 2년을 남기고 중도 사퇴했었다.

 ◇총장 선임 어떻게=카이스트 총장은 교수협의회와 총장후보발굴위원회가 후보감들을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 추천하게 된다.

 후보선임위는 다시 후보를 3명 이하로 압축해 카이스트이사회(이사장 정문술)에 올리고 이사회는 이 가운데 한 사람을 총장으로 뽑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친 총장선임자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게 된다.

 현재 총장후보로는 서 총장 말고도 신성철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유진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신강근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외국인 교수 1명 등 모두 5명이 올라 있다.

 그러나 총장후보선임위는 지난 7일과 14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5명의 후보자 가운데 심의를 거쳐 3명을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었으나,후보자를 압축하지 못하고 5명 모두를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후 지난 15일 정부와 산업계,학계 인사 등 19명의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열렸으나 이사들은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총장을 선임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후보들의 인적자료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뒤 내달 2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와 관련,교과부는 현행 후보선임위에서 위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한 3명 이내의 후보자를 이사회 추천 후 선임하도록 한 정관을 고쳐 후보자 추천이 안 될 경우 이사회가 직접 선임할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 관계자는 “교과부 입장에서는 ‘개혁전도사’라는 말을 자신들이 들어야 하는데 서 총장이 듣고 있으니 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서 총장의 연임을 저지하려고 지연작전을 쓰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 총장이 연임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다.오는 13일까지는 새로운 총장을 뽑아야 하는 만큼 대학발전을 위해 지연책이라는 지적을 받지 말고,누구를 염두에 두는 지 당당히 밝히고 절차를 진행해야 된다.”라며 “교육개혁을 책임지고,대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빨리 뽑았으면 좋겠다.허수아비 총장은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서남표 현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13일까지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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