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사건 끝내고 변호사와 골프 쳤다면?

판사가 사건 끝내고 변호사와 골프 쳤다면?

입력 2011-02-13 00:00
업데이트 2011-02-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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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이 직전에 판결한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와 어울려 그 변호사가 예약해둔 골프장에서 각자 비용을 내고 함께 골프를 쳤다면 과연 적절한 처신일까요.”

13일 대법원의 법관행동지침서 ‘법관윤리’에 따르면 사설골프장의 예약 자체에 경제적 가치가 들어 있어 일종의 ‘향응’에 해당하고, 직무와 관련됐던 변호사와 동반 라운드하는 것 역시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동이라 법관윤리강령에 위반된다.

법관윤리에는 이처럼 법관이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사례에 대비해 적절한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법관이 변호사 친구의 개업식에 소속 법원의 명칭과 직위를 명기한 화환을 보내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끔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해당 사무실이 법원의 공신력을 부여받은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므로 법관 및 법원공무원 행동강령에서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으로 전보 발령이 난 법관이 종전에 자신이 재판한 사건을 대리했던 변호사 친구에게서 축하 화분을 받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전보시 주고받는 화분은 ‘경조사 관련 금품’이 아니라 ‘선물’에 해당해 직무관련자인 변호사에게서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친구가 보내주는 것은 받을 수 있다.

법관의 자녀 결혼식에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가 50만원의 축의금을 냈다면 경조사 금품 한도액인 5만원을 넘는 45만원은 즉시 반환해야 한다.

법관 역시 5만원이 넘는 화환 등을 친구에게 보낼 수 없다. 다만 법원장이 소속법관의 결혼식에 법원장 명의로 화환을 보낼 때는 5만원을 넘을 수 있다.

법관이 소송대리인에게 절차의 진행을 위해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재판절차의 일부로 볼 수 있으므로 허용된다.

그렇더라도 법정에서처럼 언행에 주의해야 하고 너무 자주 하거나 일방당사자에게만 집중적으로 통화하면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어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이 지침서는 조언한다.

법관이 친척들한테서 법률적 질문을 받았을 때는 공정성에 의심을 받지 않을 정도만 치우침 없이 조언해주는 건 가능하지만 곧장 소송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는 조언을 삼가고 특히 스스로 나서서 분쟁의 해결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대가를 받는 외부강의나 학술지 논문 심사 등에 참여하려면 소속 법원장 또는 대법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비영리 단체에서 회원으로 활동하려면 법관으로서 품위와 직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 따져본 뒤 맡도록 하되 직책을 외부 홍보나 후원금 모금 등에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관이 다음해 사직하기로 하고 법무법인과 합류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면 해당 법무법인이 변호인으로 선임된 사건은 배당되더라도 회피해야 마땅하다.

‘법관윤리’에 담긴 이런 지침이 단순히 권고적 효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법관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할 경우 정도에 따라 구두ㆍ서면 경고부터 견책ㆍ정직 등의 징계를 받을 수도 있고 법 위반에 해당하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지침서는 변호인과 골프를 친 판사에게 서면 경고한 사례, 변호사들로부터 명절인사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거나 빌린 법관들에게 정직ㆍ견책 등 징계 처분을 내린 사례, 선물 명목으로 변호사들에 돈을 받은 판사가 사직한 경우 등 실제 처벌사례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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