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해서 지진땐 1시간내 쓰나미… 내진 설계 보완해야”

“日서해서 지진땐 1시간내 쓰나미… 내진 설계 보완해야”

입력 2011-03-15 00:00
업데이트 2011-03-1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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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여진 한반도 영향은… 전문가 지상 대담

‘앞으로 3일 이내에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여진이 일어날 확률이 70% 이상’이라는 지난 13일 일본 기상청의 발표에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일부 학자는 7.0 이상의 여진이 일본 동해상뿐만 아니라 서해상 즉 우리나라 동해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서해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불과 1시간 이내에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켜 우리 국가주요시설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진설계가 안 된 오래된 건물들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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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상청이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여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는데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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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이하 손) 가능성이 있다. 주변 지각에 균열이 일어나면 군데군데 지각이 약해져서 지하에 누적돼 있던 응력이 해소되면서 여진이 발생한다. 이번처럼 리히터 규모가 9.0 정도면 여진의 규모가 그만큼 커지고 여진이 발생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한달에서 길면 1년 이상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의 지진이었다.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지진대’라 불리는 곳은 단층이 많고 어떤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다른 단층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번 강진이 발생하면 도미노현상과 같이 주변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주기로 지진이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정태웅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이하 정) 여진이라는 것은 규모가 거의 똑같지는 않지만 본진보다는 낮은 단계의 지진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리히터 규모 9.1)의 경우도 며칠 만에 리히터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경우도 근처 판에서 7.0 정도의 여진은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신진수 한국지질연구원 지진재해연구실장(이하 신) 여진 발생 가능성은 맞는 말이다. 이 정도 지진이 나면 일주일에서 한달 내지 몇달 내에 많으면 수백차례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 그중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

→여진이 일본 서쪽(동해)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발생한다면 쓰나미 등 피해가 우려되나.

-손 일본의 북동부에서 동편으로 태평양판이 1년에 5~10㎝씩 서쪽으로 밀고 있다. 이번 지진은 이 때문에 발생한 지진이다. 또 단층운동이 수직으로 일어난 지진이다. 쓰나미는 이렇게 단층운동이 수직으로 일어날 때 규모가 커진다. 이번 지진은 대형 쓰나미가 일어나기에 좋은 여건이었다. 하지만 일본 동쪽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 우리 동해에서는 그런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1983년 일본 아키다 현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으로 우리 동해안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의 확률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9.0 지진이 일어나기 전보다는 훨씬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지진이 일어나면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 동해는 수심이 깊다. 쓰나미는 수심이 깊을수록 큰 피해를 낸다. 지진이 발생하면 단층이 수직운동을 해야 쓰나미가 생기는데 동해가 바로 그런 곳이라는 것이다. 또 일본 서해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일본보다는 느리겠지만 1시간~1시간 30분이면 우리 동해에 도착하기 때문에 대비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정 동해상에서 여진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1997년에도 리히터 규모 4.7의 지진이 경북 경주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수년 전 중국 내륙에서 일어난 규모 7.0의 지진이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서도 주위에서 큰 지진이 나면 몇년 뒤에라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연안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수직지진이 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이번 도호쿠 강진의 경우 10분 만에 쓰나미가 당도했지만 우리는 수심이 그보다 얕아서 쓰나미가 동해안에 닥치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가능성이 낮다. 우리나라 동해, 즉 일본의 서해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번 지진에 따른 여진이 아니라 또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새로운 지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지역에서도 7.0~7.5 규모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언제 일어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예측을 못하는 만큼 항상 대비해야 한다.

→향후 일본 여진에 대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손 먼저 동해안에 몰려 있는 원전들의 내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 건물들은 지어진 지 오래됐고 지어질 당시는 지진이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다. 월성, 울진,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0.2g(중력가속도)을 견디게 지어졌다.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 원전이 0.4g 이상을 견디게 설계됐다. 그런데도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보통 0.2g이라면 리히터 규모로 6.0~6.5 정도를 견디게 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진 발생의 역사와 최근 국제적인 지진 발생 강도와 빈도를 살펴보면 6.5 규모 이상의 지진이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당연히 내진 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인구밀집지역의 지진 및 쓰나미 대비책이 시급하다. 동해안에는 부산과 같은 대도시도 있고, 큰 공단이 있는 울산 같은 도시도 있다. 최근 소방방재청에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봐도 부산에 6.5 규모의 지진이 나면 건물의 60~70%가 완파 또는 반파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내진 설계가 잘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진 재해도조차 그려져 있지 않은 나라다. 그러다 보니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힘들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진 관련 전문가가 너무 적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경우 1~2명도 안 되는 걸로 안다. 지진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학자 공무원도 육성해야 한다. 이런 것이 안 돼서 생긴 대표적인 사례가 남해에 쓰나미 경보기를 설치한 것이다. 남해처럼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쓰나미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경보기가 필요없다. 오히려 필요한 곳은 동해인데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정부에 지진전문가가 적어서 생긴 일이다.

-정 가장 심각한 문제는 5층 이하의 저층 건물이다. 저층 건물은 특히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88년 이후에 내진 설계 기준이 도입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정말 문제다. 특히 학교 건물이 큰 문제다. 학교 건물은 대부분 지어진 지 오래됐고,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다. 지진이 나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다.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기회에 보강해야 한다. 또 지진 재해도가 필요하다. 지진이 나더라도 연약지반과 암반층일 때가 다르다. 진동의 차원이 다르다. 후쿠오카 지진이 났을 때 서울도 흔들렸는데 내가 있던 강남의 연약지반 위에 세워진 교회는 흔들림이 강했고, 강북의 암반층 위에 있는 부모님 댁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진 설계를 하려고 해도 일반인에게 지진 재해도가 공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예산도 많이 들고 효과도 적다.

-신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를 예측하고, 대응 태세가 잘 돼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일 쉽고 중요한 대비는 내진 설계다. 다만 쉽지 않은 것이, 60~70년대에 지어진 민간 가옥은 내진 설계가 안 돼 있어 지진에 취약하다. 그렇다고 다 부수고 새로 지을 수도 없다. 개인 것이니까. 이런 집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 정책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지진을 체험해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도 실전에서 그게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지진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몸에 숙달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습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와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준다. 지진의 발생에서 피해까지 한두 시간이면 끝난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피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준비를 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준비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피해를 100에서 10으로도 줄일 수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1-03-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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