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 부부 인사동서 결국 쫓겨날까

‘풀빵’ 부부 인사동서 결국 쫓겨날까

입력 2011-05-29 00:00
업데이트 2011-05-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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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결렬로 노점 철거 재개…구청과 마찰 커질듯

‘인사동 풀빵’으로 알려진 청각장애인 풀빵 장수 부부가 노점 이전 재배치를 둘러싼 서울 종로구와 노점상 단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인사동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청와대까지 원만한 해결을 주문했음에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노점 철거 재개로 충돌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29일 서울 종로구와 노점상 단체인 종로지역상인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종로구는 지난 24~25일 이틀간 용역 100여명을 인사동에 투입해 노점 30여개를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막으려는 노점상과 용역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과 관광객 일부도 용역에게 맞아 다쳤다.

’인사동 풀빵’ 장수 손병철(53)ㆍ김숙경(51)씨 부부의 노점도 이번 단속 과정에서 부서졌다. 2006년 이명박 대통령과 연을 맺은 이들 부부는 지난해 대통령 부부와 함께 TV에 출연한 적이 있다.

이런 갈등은 가깝게는 종로구가 지난해부터 보행 편의를 높이고자 인사동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노점을 인근 뒷길로 옮기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구는 인사동 노점 76개가 보행에 불편을 준다고 보고 종로경찰서 방면 공터와 낙원상가 앞 공터, 인사동 남쪽 입구에 있는 인사마을마당 공터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워 노점상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노점상의 반발이 거세자 구는 76개 가운데 가장 혼잡한 구간(인사네거리~북인사마당)에 있는 16개만 일단 낙원상가 앞 공터와 인사마을마당 공터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점상 측은 해당 방안을 두고 “장사가 극히 안 되는 곳”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혼잡 구간의 노점 7~8개를 북인사마당 쪽으로 분산하겠다고 제안했다. 구 역시 노점 측 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은 결렬됐다.

노점 측의 반발은 멀게는 200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로구는 광화문~동대문 구간 특화거리 사업에 따라 그해 12월 말 연합회 소속 노점상 560여명을 관철동과 낙원동 등에 있는 이면도로 8곳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연합회 측은 “해당 지점들은 ‘노점상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장사가 안 되는 곳이라 90%가량이 생계비도 제대로 못 버는 상황”이라며 “그간의 사정을 잘 아는 우리가 종로구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고 되묻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회 회원들은 지난 3월부터 종로구에 맞서 항의 집회를 이어 왔고 대표자들이 구청장과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면담했으나 매번 양쪽의 뚜렷한 견해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동 풀빵’ 부부가 지난달 중순 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낸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는 등 사안이 커지자 청와대도 종로구에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들을 방안을 찾으라”고 당부했으나 양쪽의 입장차는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노점상 자체가 엄연히 불법인 데다 이들이 중국산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인사동 거리에서 평균 500만~600만원을 월세로 내고 장사하는 상점주들의 민원도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난 24~25일 단속에서 용역과 노점상 간 몸싸움이 벌어진 데 대해서는 “협의에 진전이 없어 강한 압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는데 문제점은 있었다고 본다”며 “용역 직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인사동에 이어 대학로와 동대문~신설동네거리 구간에 있는 노점을 상대로도 차례로 단속에 나설 계획이어서 더 큰 충돌이 우려된다.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특화지역으로 이동한 상인들의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상황이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대거 결집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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