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원 4명 구하고 산화…故권영주 중위 추모식

소대원 4명 구하고 산화…故권영주 중위 추모식

입력 2011-06-03 00:00
업데이트 2011-06-0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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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탱크서 살신성인한 참군인..현충일 맞아 행사

“6월 한달만이라도 조국을 위해 살신성인한 국군 장병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현충일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충남대 학군단(ROTC) 연병장.

이 곳에서는 1980년 2월 야간 기동훈련 중 추락한 탱크안에서 부하대원 4명을 구한 뒤 불길 속에 스러져간 고 권영주 중위의 31주기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다.

송용호 총장과 ROTC 후보생, 유족 등이 이 대학 출신인 고인의 동상 앞에서 고개를 숙여 헌화, 분향하고 참배하는 등 추모식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유족 대표로 참석한 고인의 동생 형남(44)씨의 두 눈은 형님을 그리워하는 애틋함이 더해진 듯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는 “제가 초등학생때 돌아가신데다 벌써 30년이 넘게 지나서인지 형님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면서도 “형님이 돌아가신 2월이나 호국보훈의 달인 6월만 되면 형님 생각이 많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또 “불과 1년여 전에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도발 사건이 있었는데 국민은 그때뿐이다. 모두 많이들 잊고 사는 것 같다”며 “어렸을 때는 형님이 바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형님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제발 현충일이 있는 6월 한 달만이라도 그분들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은 권 중위를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군에서는 부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고인과 월남 파병을 앞둔 1965년 사병이 떨어뜨린 수류탄을 몸으로 감싸 안으면서 부하들을 구해냈던 고 강재구 소령을 대표적인 살신성인 ‘참군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1955년 전북 무주군 설천면 심곡리에서 6남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난 권 중위는 1979년 충남대 정밀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ROTC 17기로 임관했다.

육군 전차대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권 중위(당시 25.소위)는 1980년 2월9일 오전 3시40분께 동계전투 사격 훈련을 마치고 주둔지로 복귀하던 중 조종수의 판단실수로 전차가 교량 난간을 들이받고 3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전차는 추락과 함께 전복됐고 전차 내부는 전원이 차단된 채 화재로 유독가스가 스며들어 숨쉬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소대장이었던 권 중위는 사고로 기절한 포수와 탄약수 등 4명의 부하를 필사의 노력으로 전차 해치(출입구) 밖으로 내보내고 자신은 연기에 질식해 빠져나오지 못했다.

잠시 후 전복된 전차에서 흘러나온 연료가 과열된 머플러에 닿으며 불이 났고, 결국 권 중위는 불길에 휩싸인 전차 속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특히 권 중위의 장례식에 참석한 아버지(당시 55)가 ‘권영주 소위, 저 나라에 가서도 국가를 잊지 말고 끝까지 지켜라. 아버지도 곧 만날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적어 관 위에 얹은 뒤 부대원들에게 “아들이 떳떳한 전사를 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아 오히려 부대원들을 울렸다는 일화가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정부는 권 중위의 군인정신과 살신성인 정신을 기려 사고 당시 소위이던 계급을 중위로 1계급 특진시키고,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하는 한편, 2007년에는 ‘5월 호국인물’로 선정해 고인의 살신성인 자세를 기리기도 했다.

고인과 함께 후보 생활을 했던 충남대 ROTC 17기 동기회는 1990년 충남대 학군단 연병장에 고인의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고, 후배 학군사관후보생들은 동문 선배인 고인의 숭고한 살신성인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매년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추모식에서 김세영 후보생은 ‘다짐의 글’을 통해 “부하를 위해 산화한 선배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이어받겠다”며 “국가에 충성을 다하는 군인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충남대 ROTC총동문회 관계자는 “만 25세 나이에 순국한 고 권영주 중위를 영원히 기억하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그를 기억하고 그의 뜻을 계승하는 것이 국가의 번영과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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