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차량 뒷좌석 성폭행, 운전자도 합동강간”

법원 “차량 뒷좌석 성폭행, 운전자도 합동강간”

입력 2011-06-06 00:00
업데이트 2011-06-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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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1심 무죄 파기…”공간특성상 몰랐을 리 없다”

운행 중인 차량 뒷좌석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면 운전석의 동승자에게도 강간죄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6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2009년 12월 이모(35)씨는 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형님’으로 모시는 하모씨와 함께 서울 강남 역삼동에 있는 유흥주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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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다음날 지방에 잡아 놓은 후배들과의 약속 때문에 빨리 술자리를 마쳤는데 하씨는 여종업원 A(27)씨에게 속칭 ‘2차’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다른 손님을 접대해야 한다는 핑계를 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씨는 “형님이 시키는 대로 해라. 너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며 폭언과 욕설을 계속했고 결국 겁에 질린 A씨를 콜기사가 대기시켜 놓은 승용차 뒷좌석에 강제로 탑승하게 했다. 하씨가 A씨 옆에 앉았다.

이씨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면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속 180km의 속도로 질주를 시작했고 음악 볼륨을 차량이 진동할 정도로 크게 틀었다.

하씨는 이를 틈타 A씨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차량에 탑승한 이후 겁에 질려 울기만 하던 A씨는 하씨의 손을 뿌리치며 거부하기만 했을 뿐 소리를 지르거나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했다.

하씨는 추행을 넘어 결국 승용차 안에서 A씨를 성폭행했고 A씨의 고소로 시작된 수사에서 특수강간죄가 인정돼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문제는 차량 안에 함께 있었으나 자신은 운전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이씨의 특수강간죄 성립 여부.

그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하씨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시속 180km의 속력으로 다른 차량을 추월하면서 운전하는데 전념하느라 뒷좌석에서 성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1심은 A씨를 차량에 강제로 감금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하씨와 함께 합동으로 강간했다는 협의에 대해서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원심과 달리 이씨가 하씨의 강간 행위와 협동관계에 있었다고 판단,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황한식 부장판사)는 “하씨가 유흥주점에 올 때부터 피해자와 2차를 노골적으로 원했던 점에 비춰 피고인은 하씨가 어느 장소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시도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차량의 속력, 음악 볼륨 크기 등을 고려하더라도, 차량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불과 1m 정도 앞자리에서 운전 중이던 피고인이 이를 전혀 인식조차 못 했을 거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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