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니호 한국인 피랍사태 장기화 조짐

제미니호 한국인 피랍사태 장기화 조짐

입력 2011-07-16 00:00
업데이트 2011-07-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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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선원 4명이 탑승한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의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피랍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적들이 15일 납치된 제미니호 내 한인들을 ‘볼모’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아덴만의 여명 작전)으로 사살된 해적에 대한 보상과 당시 생포돼 한국에서 재판 중인 다른 해적들의 석방을 요구, 상황이 이전보다 복잡해지는 듯한 양상이다.

이는 지난 1월 아덴만 작전의 성공으로 타격을 받았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한국 선원을 상대로 보복을 공언해온 것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한 엄포용을 떠나 이번 사건을 고리로 집요하고 강도높게 생포된 해적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압박작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 소말리아 해적들의 한국 선박 추가 납치 시도도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피랍시 선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협상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해적이 요구한 보상은 어떤 형태로든 응할 수 없고, 사법절차가 진행중인 생포해적을 석방하는 것은 불가하며, 협상 주체도 한국 정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미니호는 싱가포르 선사에 속한 선박인 만큼 협상 주체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선사”라면서 “정부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해적 문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한번 원칙이 훼손돼 잘못된 선례를 남길 경우 추후 발생하는 피랍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또 제미니호를 납치한 해적과 아덴만 작전시 사살된 해적이 서로 연계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도 깔렸다. 이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싱가포르 선사와의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언론을 통해 아덴만 작전을 거론, 한국인 선원의 몸값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심리전에 나섰다는 인식인 셈이다.

외교통상부 안팎에서는 최근 제미니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해외 언론을 이용해 심리전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었다. 싱가포르 선사를 앞세운 한국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자 소말리아 해적들이 우회적인 전략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이날로 피랍 77일째를 맞는 제미니호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납치된 삼호드림호의 경우 피랍에서 석방까지 모두 217일이 걸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피랍이 장기화할 경우 싱가포르 선사측이 선원 국적에 따라 분리협상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해적측과의 협상이 쉽지 않은 한국인 선원 이외에 인도네시아인(13명), 미얀마인(3명), 중국인(5명)들을 별도로 처리할 수 있고 이 경우 협상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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