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볼 수 없지만 내겐 잘 들리는 귀가 있죠”

“앞은 볼 수 없지만 내겐 잘 들리는 귀가 있죠”

입력 2011-07-26 00:00
업데이트 2011-07-2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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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대1 경쟁률 뚫은 국내 첫 장애인 앵커 이창훈씨

“장애인이 아닌,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앵커로 보였으면 합니다. 시청자들께 꿈과 희망을 전하는 앵커가 되겠습니다.”

523대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한국 방송 사상 최초의 지상파 장애인 뉴스 앵커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1급 시각 장애인인 이창훈(25)씨. KBS가 선발한 첫 장애인 앵커다.

25일 서울 여의도동 KBS 뉴스 스튜디오에서 위촉장을 받은 그는 위촉식 뒤 기자들과 만나 “좋은 정보를 더 많은 분과 나눌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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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장애인 앵커 이창훈씨 연합뉴스
국내 첫 장애인 앵커 이창훈씨
연합뉴스


●야구 중계 따라 하며 방송 꿈 키워

이씨는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데 재능을 보였다. 특히 야구 중계 따라 하기를 좋아했다.

이씨는 “캐스터의 박진감 넘치는 중계를 듣고 따라 할 때마다 방송이 주는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방송에 대한 동경이 시작됐죠.”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신학대와 숭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이씨는 사회복지사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방송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2007년부터는 한국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KBIC) 진행자로 활동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그런 그에게 KBS 장애인 앵커 공모 소식은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제게도 기회가 올까 고민됐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한번 해 보자, 그런 마음이었죠. 앞을 볼 수 없지만, 제겐 잘 들리는 귀가 있으니까요(웃음).”

이씨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카메라 테스트를 통과한 뒤 화려한 방송 출연 경력의 후보자 9명과 경합해 합격의 영광을 얻게 됐다.

합격 비결에 대해 그는 “방송 출연 경력이나 목소리는 다른 분들이 더 좋았지만 방송에 덜 노출됐다는 신선함이 (저의) 강점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싶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제가 앵커에 도전하겠다고 한 뒤부터 매일 새벽기도를 다니며 응원해준 어머니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였다. 동석한 어머니 이상녀(57)씨는 “항상 밝은 모습의 아들이 자랑스럽다.”며 뿌듯해했다.

●“살아있는 뉴스 전달하고 싶어요”

이씨의 롤모델은 KBS 1TV 메인뉴스(‘뉴스 9’) 진행자인 민경욱 앵커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밤 9시 뉴스를 많이 들었는데 민경욱 앵커의 목소리가 굉장히 생동감 있었어요. 저도 그분처럼 살아있는 뉴스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씨는 앞으로 3개월간 실무 교육을 받은 뒤 프리랜서 앵커로 활동하게 된다. KBS 측은 뉴스 안목, 발음, 표준어 구사 능력, 도전정신, 발전 가능성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이씨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11-07-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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