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민박 산사태로 사망 13명, 부상26명

춘천 민박 산사태로 사망 13명, 부상26명

입력 2011-07-27 00:00
업데이트 2011-07-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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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5㎜ 집중호우…”’우~웅’소리와 함께 흙더미가 민박집 덮쳤다”

27일 강원 춘천지역에 277.5㎜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민박집 등 5채가 붕괴.매몰되면서 대학생 등 13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특히 인하대 학생들은 사고 현장 인근의 초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민박집 1, 2층에 나뉘어 잠을 자던 중 무더기로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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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시30분께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인근 주택이 산사태로 매몰돼 119구조대원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1시30분께 강원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인근 주택이 산사태로 매몰돼 119구조대원이 매몰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산사태 발생 순간..”집이 떠내려간다” = 무려 39명의 사상자가 난 최악의 산사태는 이날 오전 0시8분께 춘천시 신북읍 천전리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과학체험 봉사활동에 나선 인하대학교 학생 등 민박집 투숙객 등 46명이 매몰돼 이경철(20)씨 등 13명이 숨지고 김현빈(20)씨 등 26명이 중경상을 입어 강원대병원 등 인근 4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 중이다.

최초 신고자인 최모(33.춘천.회사원)씨는 “퇴근길 차량 운행 중 집 한 채가 흙에 쓸려 떠내려가고 있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고 당시 민박에 있던 대학생 이모(27) 씨는 “발명동아리에서 지난 2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왔다”며 “민박 2층에서 잠을 자던 중 ‘으르릉’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계단이 모두 흙에 잠겨 갇혀 있다 가까스로 구조됐다”고 말했다.

토사에 파묻혔다가 구조돼 병원치료 중인 김모(21)씨는 “잠을 자던 중 ‘쿵’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방안으로 흙더미와 나무뿌리 등이 밀려 들어와 놀라 뛰쳐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회사 동료 등 세 가족 6명이 2박3일 일정으로 놀러 온 김모(57)씨는 “저녁식사 후 민박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지인인 주민으로부터 ‘인근에서 산사태가 났다는데 잘 들어갔느냐’는 안부 전화를 받았다”며 “곧바로 민박집 주변을 살펴보니 토사가 흘러내려 가족 등에게 ‘빨리 피신하자’고 소리친 뒤 밖으로 나서는 순간 ‘우~웅’소리와 함께 흙더미가 민박집을 덮쳤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또 “이 과정에서 일행 가운데 1명은 피신하다가 미처 챙기지 못한 신발을 신으려고 돌아서는 순간 흙더미에 밀려 크게 다쳤다”며 “흙더미와 건물 잔해물 등을 피해 도로 쪽에 피신한 사이 대학생들의 ‘살려달라’는 비명이 이어지고 토사도 계속 흘러내리는 등 참혹했다”고 말을 이었다.

◇ 사고 현장..’아비규환 그 자체’ = 집중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39명의 사상자가 난 산사태 매몰사고 현장은 처참한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2층 규모의 민박집 2채 중 1채는 산에서 내려온 토사에 파묻혀 20여m가량 밀려 산산조각이 난 채 아예 흔적 조차 없었고, 대학생들이 잠을 자던 또 다른 민박집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당시 처참했던 사고 상황을 짐작케 하고 있다.

또 토사로 뒤엉킨 민박 주위에는 가구와 주방용품, 가재도구 등이 산에서 떠밀려온 진흙더미와 나뭇가지에 뒤엉켜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고가 나자 소방서, 경찰, 군부대 등 750여명의 구조대는 인하대 학생들이 묵었던 민박집 등을 중심으로 나머지 매몰자 구조작업에 나섰으나 엄청난 양의 토사와 밤새 계속된 폭우로 구조작업이 한때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최악의 산사태로 토사에 매몰됐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되거나 다친 학생 등 피해자들은 산사태 당시의 공포와 친구를 잃은 충격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인근 주민 90여명이 추가 붕괴 등 만일을 사태에 대비해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최악의 참사 소식을 접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이광준 춘천시장은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해 밤새 뜬눈으로 매몰자 구조 상황을 지휘했다.

이와 함께 임시 빈소가 마련된 강원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날벼락같은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의 오열로 가득했다.

경찰은 “산사태 당시 집 한 채가 의암호로 쓸려갔다는 주민 신고 등을 토대로 나머지 추가 매몰자가 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빗나간 강수량 예측..사고 피해 키웠나? = 최악의 산사태가 발생한 춘천지역은 지난 26일 밤부터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까지 277.5㎜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춘천의 경우 지난 26일 오후 11시부터 27일 0시 사이 시간당 최고 46.5㎜의 비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지난 26일 오후까지만 해도 “영서지방을 중심으로 밤부터 내일(27일) 새벽 사이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 최고 15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해 강수량 예측이 빗나갔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이처럼 기상청의 예보와 달리 280㎜에 가까운 폭우가 내린 춘천지역은 최악의 산사태에 앞서 1시간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고 전날인 지난 26일 오후 11시께 산사태가 난 펜션 인근 가옥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목격자 등의 설명이다.

이어 1차 산사태에 이어 발생한 2차 산사태로 대학생들이 묶던 민박집 등 5채가 순식간에 토사에 뒤덮였고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도와 춘천시 재난대책본부는 집중 폭우가 내린 지난 26일 오후 10시부터 집중호우에 따른 비상근무에 나섰으나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산사태 경보나 주민 대피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현재 도내 재해위험 지역은 모두 146곳으로, 사고가 난 춘천 신북읍 천전리 마적산 기슭 지역은 산사태 우려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춘천시 관계자는 “사고가 난 곳은 완만한 산세에다 산림이 울창해 그동안 재해위험지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별도의 재난대책을 수립하거나 관리하지도 않았다”고 말해 결과적으로 재난위험지역 분류에 허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일단 집중호우로 물을 머금은 토사가 미끄러지면서 민박집 등을 덮쳐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기상청은 “이번 비는 모레(29일)까지 이어져 50~150㎜, 많은 곳은 25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며 “또다시 많은 비가 예상되는 만큼 축대붕괴와 산사태 등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강수량은 춘천 277.5㎜, 인제 259.5㎜, 화천 191㎜, 원주 178㎜, 철원 120.5㎜ 등을 기록했다.

현재 평창과 홍천 평지.횡성.영월.원주.춘천 등 6개 시.군에 호우경보가, 평창과 홍천 산간.태백.정선 등 4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이번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다음과 같다.

◇사망자 명단

▲이경철(20) ▲이민성(26) ▲이정희(25) ▲최민하(19.여) ▲김재현(26) ▲성명준(20) ▲신슬기(22.여) ▲김유라(20.여) ▲최용규(21) ▲김유신(20) ▲이은영(39.여) ▲신원미상 40대 남녀 2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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