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실패 나로호, 원인 규명도 ‘실패’

발사 실패 나로호, 원인 규명도 ‘실패’

입력 2011-08-04 00:00
업데이트 2011-08-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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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0일 발사 뒤 공중 폭발한 한국형발사체 나로호(KSLV-1) 2차 실패의 원인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측이 제작한 2단 로켓에서 뚜렷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 측이 1단 로켓 및 연결부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여간 양국이 벌여온 조사위원회의 활동은 양측이 책임소재를 별도로 두지 않고, 3차 발사를 진행하는 ‘정치적 방식’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3차 발사는 내년 7~8월쯤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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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7~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나로호 2차 발사에 대한 ‘제1차 한·러 공동조사단 회의’를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계약 당사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1년간의 조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실패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됐다. 양측 전문가들은 ▲1단 로켓 제어시스템 오작동 ▲1단 추진기관 시스템 오작동 ▲과하중에 의한 1단의 구조적 파괴 ▲단분리장치 오작동 및 산화제 순환 시스템 오작동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등 5가지 가설을 세우고 기술검토를 해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회의에서 양측은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교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원인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교과부 핵심 관계자는 “항우연과 국내 전문가들의 검토에서 2차 로켓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차 로켓이나 연결부에서 오작동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항우연과 흐루니체프사가 체결한 계약에는 러시아는 1차 로켓과 연결부에 대한 기술적 정보를 한국 측에 알리지 않도록 적시했다. 애초부터 러시아가 문제가 없다고 하면 한국은 검증할 방법이 없는 계약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1차 로켓 발사와 관련된 수치들을 특별히 한국 측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1차 로켓 관련 자료에 뚜렷한 문제가 있다면 러시아가 자료를 전달할 리 없지 않으냐.”면서 “만약 문제가 있거나 러시아가 자료를 조작했더라도 검증할 수 있는 국내 로켓 전문가가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회의 말미에 “더 이상의 회의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국 측이 이에 “자료를 검토한 후에 다시 얘기하자.”고 요구하자 다음 달 말 2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은 양국 합의 아래 애매모호한 형태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1단과 2단 로켓을 자비로 제작해 3차 발사를 실시하는 방안이 확실시되고 있다. 교과부는 한국이 자체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이전을 노린 러시아가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1-08-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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