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같은 교사에 당한 아이들은 담담했다”

“부모같은 교사에 당한 아이들은 담담했다”

입력 2011-09-28 00:00
업데이트 2011-09-2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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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학교사건 담당경찰 “뻔뻔한 교사들에 큰 충격”



”조사를 받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영화 ‘도가니’의 인기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6년만에 재조명을 받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관은 28일 피해 학생들이 당시 처했던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당시 인화학교 교직원 6명과 청각·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인화학교 학생 9명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부모님같은 선생님에게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았는데,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교사에 의해 범행이 이뤄졌고, 아이들이 지적으로 좀 떨어지는데다 부모들도 어려운 형편에 아이들을 신경쓰지 못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자식같은 아이들을 수년동안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교사들은 시종일관 범행 사실을 부인하는 뻔뻔함을 드러냈다”면서 “세상과 격리된 곳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이런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2000년부터 일어났던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05년 6월. 학교의 한 직원이 광주 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이 사실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상담소로부터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곧바로 전담팀을 꾸려 인권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한 김모(사망) 교장 등 교직원 6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화 통역사와 학부모의 도움을 받아 한달동안 강도높은 수사를 벌여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김 교장 등 2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교직원 2명은 징역을 선고받았으며, 2명은 공시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는 영화에서 묘사된 경찰의 모습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영화를 관람했다는 그는 “영화에서 경찰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주거나 학교에 수사 정보를 흘려주는 등 상당히 왜곡되게 묘사됐다”며 “당사자들에게 정확한 사실 확인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수사여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학생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엄격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며 “처벌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수 있지만 영화를 토대로 비리 경찰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경찰관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장애인 학교 등에 대한 인권 실태 등이 재조명돼 다시는 인화학교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지않기를 소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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