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신상공개 뜻밖 부작용

성범죄자 신상공개 뜻밖 부작용

입력 2011-10-10 00:00
업데이트 2011-10-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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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연좌제’에 이웃들 되레 고통

”아이 친구 엄마가 우리 아파트는 위험하니까 놀러 가지 말라고 했대요. 성범죄자가 사는 위험한 아파트로 낙인찍힌 거죠.”

광주 서구에 사는 정경진(가명ㆍ40)씨는 이달 초 낯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에는 정씨가 사는 동네에 성범죄자 A씨가 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그의 범죄사실, 신상 정보, 사진, 상세한 집 주소까지 나와있었다.

정씨는 가까운 곳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A씨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충격은 더 컸다.

아파트 주민 여순심(가명ㆍ42ㆍ여)씨는 “성범죄자가 사는 위험한 아파트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최근 아이 친구 엄마가 우리 아파트에 놀러 가지 말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소까지 공개하니 불안함은 물론,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4월부터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가 사는 읍면동 구역의 19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담은 고지서를 우편으로 보내 성범죄에 대비하게 했다.

현재까지 성범죄자 50여 명의 정보를 동네 주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국가에서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 외에는 다른 조처를 해주지 않아 오히려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상정보 열람 대상자는 1개월마다(비열람 대상자는 3개월마다) 담당 경찰관이 주거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신고하지 않고 이사하거나 나중에 성범죄자가 살던 집에 이사한 다른 주민이 성범죄자로 오해받을 수 있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한동네에 오래 살며 이웃을 잘 알고 지내는 지역은 범죄자의 가족과 그 일대 전체를 꺼려 현대판 ‘연좌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파트 주민 성미옥(가명ㆍ52ㆍ여)씨는 “성범죄자가 사는 위험한 아파트라는 소문이 퍼져 목욕탕이나 교회에 가면 수군거림이 들린다. 집값 내려가는 것은 둘째치고 동네 망신”이라며 “괜스레 아파트 주민들까지 피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보다는 애초 성범죄 예방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등학생 딸을 둔 박경민(가명ㆍ49)씨는 “재범 우려가 큰 성범죄자가 인근에 살고 있다고 알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순찰을 강화한다든가 여성들의 귀가를 도와주는 안전지킴이 등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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