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무교동 ‘글로벌 거리’

길 잃은 무교동 ‘글로벌 거리’

입력 2011-10-13 00:00
수정 2011-10-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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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佛 샹젤리제’… 끝은 돌의자만 덩그러니…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글로벌 스트리트’(Global Street)에는 돌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글로벌 스트리트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세계적인 명물거리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2009년 7월 중구 무교동에 만들어졌다. 연구용역비만 1억원이 넘게 든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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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시가 ‘글로벌 스트리트’로 지정한 서울 중구 무교동 거리의 모습. 각국의 국기가 그려진 돌의자들만 놓여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12일 서울시가 ‘글로벌 스트리트’로 지정한 서울 중구 무교동 거리의 모습. 각국의 국기가 그려진 돌의자들만 놓여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그러나 현재 무교동 어디에서도 명물로 불릴만 한 이국적인 거리는 없다. 길가 보행로에 놓인 일반인 무릎 높이의 네모난 돌의자가 전부다. 돌의자 옆면에는 각 나라 국기가 새겨져 있을 뿐이다. “이곳이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조성한 글로벌 스트리트”라고 하자 이상하다는 듯 “왜 그렇게 부르느냐.”고 되물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7년 8월부터 2008년 1월까지 6개월간 ‘서울 글로벌 스트리트 조성방안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맡았다.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청계천에 이르는 300m 가량의 무교동 거리를 다문화를 상징하는 지구촌 문화거리로 만들기로 하고 의뢰한 연구용역이었다. 여기에 1억 3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연구용역비가 들었다. 보고서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거리의 보행 환경과 이용자를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와 라틴구, 스트라스부르그, 스위스 제네바, 두바이의 비즈니스베이, 일본 오사카 신사이바시 거리, 요코하마 모토마치 상점가, 중국 상하이의 테임즈타운과 와이탄 등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배경 연구로 무교동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설문조사 등 다양한 분석도 함께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곳에는 2010년까지 연차적으로 다문화 레스토랑, 글로벌 약국, 다국적 스낵코너, 전시거리, 외국인 커뮤니티 광장, 글로벌 벼룩시장,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또 상점 운영자에 대한 외국인 맞이 교육도 실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2009년 5월 서울시가 발표한 글로벌 스트리트 조성계획은 ▲66개 돌의자에 자매결연을 맺은 국가의 국기와 이미지, 인삿말이 새겨진 스티커 부착 ▲4차선 도로를 2~3차선으로 조정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간이무대 설치 등에 그쳤다. 연구용역에서 제시한 대부분의 내용은 취소·묵살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리를 비우자는 데 의견이 모아져 계획이 대부분 취소됐다. 반드시 계획대로 해야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시민들은 “차로 옆에 놓인 돌의자에 앉아있기도 겁날 뿐더러 매주 화·목요일 점심시간에 간이무대에서 열리는 외국 전통문화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더라.”면서 “이러니 전시행정이니 탁상행정이니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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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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