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박에 눈먼 주부들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박에 눈먼 주부들

입력 2011-10-18 00:00
업데이트 2011-10-1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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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이틀 전에는 몇백 만원씩 땄었는데, 결국엔 빚만 3천만 원이 됐습니다.”



18일 도박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주부 A(42·여)씨는 뒤늦게 후회하며 눈물을 삼켰다.

지난 10일 오후 A씨는 평소 도박을 하며 알고 지내던 B(38·여)씨와 함께 대전에서 승합차를 타고 충남 금산군 만인산을 찾았다.

B씨는 A씨에게 “자금 10만원을 미리 주겠다. 함께 재미로 조금만 (도박을) 하러 가자”고 말해 놓은 상태였다.

굽잇길을 돌아 찾아간 산속의 천막 안에는 이미 여성 30여 명이 모여 화투패를 나눠 들고 속칭 ‘아도사끼 고스톱’을 벌이고 있었다.

영화 ‘타짜’에서도 등장했던 이 도박은 한 판에 많게는 5천만원의 판돈을 걸 수 있어 순식간에 수억원이 오고 갔다.

A씨는 점점 이 도박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말았다.

지난 11일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40명 대부분은 주부로, 모두 A씨처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빚을 진 상태였다.

이들은 예전에 도박하며 맛봤던 ‘일확천금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심야에 야산을 올랐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창고장’ 최모(53ㆍ여)씨 등 15명이 무전기를 들고 망을 보는 ‘문방’, 판돈을 배분하는 ‘상치기’, 도박자금을 꿔 주는 ‘꽁지’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박장을 찾은 주부에게 100만원을 빌려주며 20만원 이상 ‘꽁지 수수료’를 떼 가거나, 판돈 10%를 무조건 징수해 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판돈은 커도 실제 ‘초짜’들은 돈을 따갈 수 없는 게 도박”이라고 잘라 말했다.

’도박꾼’들에게 돈을 잃고 다시 비싼 수수료의 돈을 빌려 쓰다 보면 1시간에도 수억의 빚을 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들 중 50대 사업가는 20일 만에 40억원의 빚을 진 뒤 부인과 이혼을 하고, 60대 주부는 도박하다 30억원의 빚을 지게 되자 지난해 9월께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충남지방경찰청 양철민 광역수사대장은 “도박에 빠져든 사람들은 ‘중독’을 끊지 못해 계속 도박장으로 향했다”며 “주부 대부분이 가출해 봤거나 이혼을 하는 등 가정생활도 순탄치 못했다”고 전했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일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 ‘창고장’ 최씨 등 7명을 구속하고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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