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국정-교육정책] 특목·자사고 내신 유리… 고교평준화 사실상 해체

[갈팡질팡 국정-교육정책] 특목·자사고 내신 유리… 고교평준화 사실상 해체

입력 2011-12-14 00:00
업데이트 2011-12-1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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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교육정책 완결판… 절대평가 문제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은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완결판’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될 때부터 내신의 절대평가는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를 ‘기본-일반-심화’로 구분하는 수준별 수업과 교과교실제 등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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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이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연히 심화보다는 기본이나 일반 과목에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어 상대평가에서는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도 고교 9등급제에서는 13명 미만이 수강하는 선택교과의 경우 1등급이 나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심화과정이나 선택과목 등에서 학생 수가 적어 내신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수준별 수업이나 교과교실제가 학생 수가 적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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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가 유리해진다는 점은 문제다. 절대평가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에서는 우수한 학생들까지 등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내신등급이 결정되지만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면 학생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점수를 잘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 유리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등이 확대되고 있어 특목고, 자사고 학생이라고 일률적으로 이로워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점수와 과목평균(표준편차)이 함께 제공돼 대학이 이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인력부족이나 시간부족으로 고교 내신을 변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재도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주요대학은 고교 내신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표준점수를 활용, 변환해 사용하고 있다.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과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 간의 격차를 고려해서다. 외국어고의 2등급과 일반고의 2등급은 다르다는 의미이다. 해당 대학들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 전국 모든 고교의 성적분포도 공개된다. 이전에는 학교별 시험성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국가가 제시한 학업성취도에 따른 학생들의 성적 분포다. 여기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더해지면 사실상 전국 학교의 수준이 드러난다. 때문에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 등급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不) 정책’ 가운데 암묵적으로 고교 등급제가 실시됨으로써 고교 평준화도 해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내신 불리로 기피 현상을 낳았던 특목고와 자사고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 사교육 시장을 키울 가능성도 크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11-12-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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