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베끼고도 버젓이 강의… 대학은 감싸기 급급

논문 베끼고도 버젓이 강의… 대학은 감싸기 급급

입력 2011-12-16 00:00
업데이트 2011-12-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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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교수 징계 시스템 먹통

2009년 과학저널 네이처는 논문 표절 검색 시스템인 ‘데자뷰’를 소개하면서 성균관대 자연과학부 김모 교수가 수십건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성대 측은 자체 조사에 나서 논문 표절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비를 지원한 한국연구재단에 이를 보고했다. 연구재단은 김 교수를 모든 국책사업에 5년간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사업비도 회수했다. 그러나 성대 측은 김 교수가 고의성이 없었고 관행이라며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김 교수는 이 대학에서 여전히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들의 교수 감싸기가 도를 넘고 있다. 연구 부정, 연구비 유용 등 교수나 연구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행위를 하고도 책임지는 사례는 드물다. 대학들의 처벌 규정이 모호해 징계위원회가 ‘봐주기’로 일관해도 이를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연구비 부정 사용 및 횡령, 연구 논문 표절 등으로 국책사업 참여를 5년간 제한받은 교수와 연구원은 무려 555명에 이른다. 최근 3년간만 봐도 2009년 15건, 2010년 121건, 올해 56건이나 된다. 연구재단 관계자는 “2010년 논문과 성과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가 실시돼 제재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부정을 저지르고도 정작 해당 대학에서 교수가 중징계를 받는 사례는 드물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한 ‘국립대 전임교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수와 교직원들이 받은 징계는 모두 147건으로, 이 중 해임과 파면은 6건에 그쳤고 나머지는 대부분 견책이었다. 해임과 파면도 뇌물 취득, 사기, 무면허운전, 성추행 등 대부분 형사처벌 범죄에 국한돼 있었다. 연구비 부정 집행, 표절 등 심각한 연구 부정은 대부분 견책이나 정직 1개월, 감봉 1개월 등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연구 부정에 대한 징계 강도가 낮은 것은 동료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통해 징계 수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A대의 한 교수는 “논문 작업의 어려움이나 성과에 대한 압박 등은 모든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여서 일방적으로 비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B대 관계자도 “벌금 300만원의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퇴직 사유가 되지만 표절이나 논문 조작은 정확한 규정이 없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애매하다.”면서 “최근에는 논문 부정이 드러나도 저널 측과 해결한 뒤 학교에 알리지 않아 실제 징계를 피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연구윤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대학의 신뢰도와 역량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베일리의대 A교수는 “해외에서는 곧바로 해임 또는 파면될 수준의 연구 부정이 드러나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쉬쉬하고 지나간다.”면서 “이 같은 관행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연구 수준은 절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건형·김동현·신진호기자

kitsch@seoul.co.kr

2011-12-1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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