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안가려면 수업 듣지마’ 아주대 논란

‘대기업 안가려면 수업 듣지마’ 아주대 논란

입력 2011-12-20 00:00
업데이트 2011-12-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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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ㆍ대기업 직무적성검사 강요..일부 학생 반발

아주대가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보는 직무적성검사의 모의시험 성적을 수강신청 필수조건으로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주대 전자공학부는 지난주 해당 학부 3ㆍ4학년 학생 400여명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학부측이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삼성, LG, SK, STX, CJ, 두산, 한화, 현대차 등 대기업과 공기업의 모의 직무적성검사 성적을 내지 않은 3ㆍ4학년 학생은 내년 1학기부터 전공과목에 대한 수강신청을 할 수 없다.

졸업을 위해 주당 4시간씩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전공실험’ 참가도 금지된다.

학부측은 이를 위해 3만원선인 모의 직무적성검사 비용을 지원하기로 하고 내년 2월 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준비방법 등 적성검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전자공학부 학부장 정기현 교수는 “학생의 취업을 도와주는 것이 학교의 의무”라며 “올해부터 어려워진 직무적성검사 시험에 떨어진 학생들이 많아서 이렇게 결정했다. 점수와 상관없이 성적표만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학생은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학교 전자공학부 한 학생은 “취업이 중요하긴하지만 노예로 전락한 기분이다. 강압적인 취업위주 교육에 회의가 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다음 학기에 4학년이 되는데 휴학을 했다. 복학할 때 이 제도가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자 양성소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학생은 “취업이 아무리 중요하다고해도 수강신청 조건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학교가 오직 취업만을 목적으로 삼는 것 같다”며 취업이 아닌 다른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진학이나 공무원 시험을 비롯해 대기업이 아닌 다른 분야를 목표로 하는 학생에게는 직무적성검사 성적 대신 공무원 시험 모의고사 성적 등 그 분야에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자공학부가 수강신청에 제한을 두면서 사전에 필요한 학교 교무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됐다.

교무처의 한 관계자는 “수강신청을 제한하려면 해당학부가 교무처에 승인을 요청해야 한다는 교칙이 있는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대학 법대교수는 “수강신청 제한 여부는 교칙에 달렸다. 교칙에 어긋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부측은 문제가 제기되자 “수강신청 제한이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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